"팍스 테크니카 시대.. AI, 전교생 교양필수로"

곽수근 기자 입력 2021. 10. 20. 03:06 수정 2021. 10. 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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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미래를 말한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코로나 여파로 실시간 영상 중계로 진행된 올해 입학식에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은 똑같이 생긴 총장 두 명이 한 화면에 동시에 나오자 어리둥절해 했다. 누가 진짜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모와 목소리가 같았다. 입학 축사를 한 총장이 인공지능(AI)이었고, 나중에 나타난 총장이 진짜 총장이었다. AI 총장은 실제 총장 음성을 2시간쯤 학습해 목소리까지 거의 동일하게 냈다고 한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미래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글로벌 플랫폼 대학’의 면모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신동렬(65) 성균관대 총장은 19일 “AI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AI 총장을 입학식에 등장시켰다”며 “내년 졸업식에는 AI 총장이 직접 작성한 졸업 축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사회의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선 창조적 도전과 혁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최근 ‘성균관대 2030년 비전’ 발표 후 본지 인터뷰에서 “과학과 기술이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기술 패권)’ 시대에 대학이 AI를 비롯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신 총장은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석사, 미국 조지아공대 박사를 마친 컴퓨터공학 전문가다. 2019년 총장 취임 전부터 AI 교육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왔고, 올해 신입생부터는 누구나 ‘AI 기초와 활용’ 등 AI 관련 과목을 9~11학점 이상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신 총장은 “지금은 AI가 교양 필수인 시대”라며 “교육과정에 데이터 과학(Data Science)을 필수 이수 과정으로 포함시킨 이유”라고 했다.

대우중공업과 삼성SDS 연구원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 신 총장은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 연계를 강조한다. 그는 “대학이 산업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교육 혁신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플랫폼 대학(platform university)’ 개념을 강조했다.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와 앱 개발자가 상호작용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듯, 대학이라는 융합 플랫폼을 통해 지식 생산자인 교수와 소비자인 학생, 기업과 연구소 등이 함께 미래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다양한 플랫폼이 유통·숙박 등 산업 전반을 크게 바꾸는 것처럼 대학도 지식과 사회 가치를 생산하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과거의 서당처럼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 총장이 밝힌 ‘비전 2030′은 세계 20위권에 성균관대 30개 학과를 2030년까지 진입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의 교수, 학생, 연구 인력과 기업 등 지식의 모든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개하는 ‘글로벌 플랫폼 대학’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컨대 해외 대학과 성균관대의 교수와 학생들이 토론하고 공동 과제를 수행하는 국제 협력 수업 체계를 활성화해 교육 혁신을 꾀하고, 연구 분야에서는 해외 석학들이 참여하는 연구 융합 플랫폼을 마련해 기후변화 등 인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 ‘총·균·쇠’ 저자인 제러드 다이어먼드 성균관대 석좌교수가 다음달 온라인 실시간 강의로 ‘대격변의 시대’ 수업을 하고, 생명공학대학의 학생들은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들과 공동 수업과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성균관대는 2025년까지 해외 온라인 강좌 수강을 비롯해 글로벌 공동 수업 등을 전체 수업의 30% 비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 총장은 “이제 대학 교육은 교수 중심의 ‘가르침’에서 학생 중심의 ‘배움’으로 무게중심을 완전히 옮겨야 한다”며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 사회 어느 분야에 진출해도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 대학의 책무”라고 했다. 성균관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학생 성공에 초점을 두고 입학부터 졸업까지 모든 과정에서 학습과 진로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학생성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들이 어떤 교과목을 수강했고 비교과 활동은 무엇을 했는지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재학생들에게 수강 과목을 추천하고 비교과 활동도 안내하는 등 학습 코칭과 취·창업 멘토링을 하는 학내 기관이다. 또 여름방학을 2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해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 ‘도전학기제’를 운영 중이다. 신 총장은 “정부가 대학 입시 일정을 1월 말에 끝내도록 앞당기면, 학생들이 방학에 인턴십 등 산업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간이 늘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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