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국민연금, 민간 금융상품이면 판매 중단당할 것"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1. 10.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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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새 부담 15조~21조원 늘어" 민간 상품이면 당국 제재받을 만
현 정부 임기 내내 방치했는데 차기 주자들도 개선 의지 안 보여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국민연금이 민간 금융상품이라면 어느 정도 매력이 있을까. 국민연금이나 민간 개인연금은 매월 일정액을 납부해 노후에 연금으로 받는 구조가 같다.

현재 국민연금은 인기 있는 상품이다. 더 낼 필요가 없는데도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을 더 붓는(추가 납부) 사람이 지난해에만 30만명이 넘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추가 납부 신청자가 2015년 5만8200건에서 지난해 34만5200건으로 6배가량 증가했다. 금액도 2조1500억원으로 지난 2015년 2300억원에서 9배가량 급증했다.

수익비(본인이 낸 돈 대비 받을 연금액)도 개인연금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국민연금 평균 수익비는 1.8배 정도인데, 현재 개인연금 중 수익비가 1배를 넘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 연금은 연금을 받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국민연금은 종신 상품이다. 또 개인 연금은 약정 금액만 주지만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려주는 구조다. 이렇듯 국민연금은 민간 연금에 비해 장점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까. 국민연금은 저출산·고령화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현행 국민연금은 소득의 9%(보험료율)를 보험료로 내고 노후에 생애 소득의 40%(소득대체율)를 받는 것이 골자다.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과정에 있다. 2007년 마지막으로 고친 틀을 14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2007년 출생아 수는 49만7000명, 합계출산율은 1.26명에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000명,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2007년 65세 이상 인구는 476만명에서 지난해 812만명으로 늘었다. 앞으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절반으로 줄고 보험료를 받을 사람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견뎌낼 상품이 있을까.

이런 상황이라면 변한 현실에 맞게 제도를 조정하는 것이 당연한데, 현 정부는 손대지 않았다. 사정을 잘 아는 연금 전문가들만 애가 타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민영 연금 상품이 현재 국민연금 상황이라면 금융감독 당국이 판매 중단이나 책임 준비금 적립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에 손을 놓으면서 불과 4년 만에 국민이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최소 15조원에서 많게는 21조원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야당이 아니라 여당 의원이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수치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 분석조차 낙관적으로 잡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도 국민연금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여권 이재명 후보는 물론 야권의 윤석열·홍준표 후보도 아직 제대로 된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 사장이 금융 상품을 판매 중단 조치받을 지경까지 몰아갔는데, 차기 사장 후보들도 제대로 고치겠다는 의사 표명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이대로 둘수록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청년 세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지금 예상대로 2057년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나면 그해 걷은 보험료를 그해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방식(부과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보험료율이 30%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소득의 30% 안팎을 국민연금으로 내고 살 수 있을까. 2004년 사실관계가 모호한 ‘국민연금 8대 비밀’이란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전국적으로 ‘국민연금 안티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대로 가면 젊은 층 버전 ‘국민연금 8대 비밀’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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