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구글도 MS도 “내 칩은 내 손으로” 반도체 독립선언

박건형 기자 2021. 10.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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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자체 칩, 얼마나 대단하길래 ‘야수’라고 불렀나

18일(현지 시각) 애플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신제품 발표회 말미에 1분 30초짜리 영상이 흘러나왔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반도체 M1프로와 M1맥스를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영상에서 애플은 이 반도체를 “야수(Beast)”라고 지칭하며 “아름답고 위험하다.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가(What have we done)”라고 했다. 반도체 성능이 경쟁 제품보다 압도적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애플은 이날 M1프로와 M1맥스가 탑재된 노트북 맥북프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애플은 “새로운 반도체가 탑재된 맥북프로는 타사 고성능 모델 대비 1.7배 빠르다”고 했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와 함께 CPU(중앙처리장치)의 대표 주자인 인텔의 반도체를 장착한 기존 맥북 제품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야수 칩’으로 脫인텔 선언

IT 업계에서는 이날 애플이 공개한 자체 반도체의 성능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M1프로와 M1맥스는 애플이 1년 전 처음 개발했던 M1보다 처리 속도가 70% 빨라졌다. 애플은 “에너지 효율도 개선돼 경쟁 제품보다 최대 70% 절감한 전력으로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했다. M1맥스의 경우 최대 64GB(기가바이트) 크기의 통합 메모리를 지원한다. 최신 타 브랜드 PC 노트북에 탑재되는 메모리가 보통 16GB 정도다. M1맥스가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IT 매체 씨넷은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에너지 소비까지 효율화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며 “M1맥스를 탑재한 맥북프로는 인텔 제품을 탑재한 맥북프로에 비해 배터리 사용 시간이 2배 늘어났다”고 했다.

애플은 이날 2개의 고성능 반도체를 출시하며 M1, M1프로, M1맥스로 이어지는 자체 개발 반도체 라인업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맥북인 맥북프로부터 중저가 노트북까지 모든 노트북에 2006년부터 사용해온 인텔 칩 대신 자체 칩을 탑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현재 PC에 탑재하고 있는 일부 인텔 반도체도 내년까지 모두 애플 제품으로 대체되면 완전한 자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던 거대 고객을 한순간에 잃게 됐다.

애플이 18일(현지 시각) 공개한 자체 개발 반도체 M1맥스. 전작인 M1에 비해 처리 속도가 70% 빨라졌고, 전력 소모는 경쟁 제품보다 70% 줄었다. 노트북 신제품인 맥북 프로에 탑재된다. /애플

◇인텔·퀄컴 제국의 위기

애플을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 빅테크들은 최근 몇 년 새 잇따라 독자적으로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CNBC는 “빅테크들은 인텔이나 퀄컴이 대량 양산하는 반도체보다 자사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성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 역시 19일 공개할 스마트폰 ‘픽셀6′에 기존에 사용하던 퀄컴칩 대신 자체 반도체인 텐서를 탑재한다. 구글은 “텐서 덕분에 픽셀6는 음성을 실시간으로 문자로 변환할 수 있고,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도 보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글 노트북인 크롬북에 탑재할 반도체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도 서버용 반도체 ‘그래비톤’을 만들어 2018년부터 사용하고 있고, 최근 그래비톤2를 데이터센터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MS는 최근 AMD·엔비디아·퀄컴 등에서 반도체 개발자를 대거 영입했다. 오랜 밀월 관계인 인텔에서 벗어나 태블릿PC인 서피스와 서버용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다.

IT 업계에서는 “PC·노트북은 인텔, 모바일은 퀄컴이라는 반도체 업계의 오랜 공식이 곧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빅테크들의 반도체 자립이 가속할수록 인텔과 퀄컴의 시장 지배력이 급속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TSMC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빅테크들은 반도체 공장이 없기 때문에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설계부터 빅테크와 파운드리 업체가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구글은 텐서를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뒤 생산까지 맡겼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파운드리 업체는 주문받아 생산하는 하청업체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반도체 공급망의 수퍼파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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