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청해서?.. 정부 "CPTPP 가입 결정 막바지"

김정훈 기자 입력 2021. 10. 20. 03:02 수정 2021. 10. 2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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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미적대던 정부 왜 갑자기 선회했나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결정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CPTPP 전신인 TPP에 2013년부터 가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지 8년 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이제 시간이 없다. 결정의 막바지에 와 있다. ‘가입을 한다, 안 한다, 하면 언제 한다’까지 포함한 결정은 10월 말 11월 초에는 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내 기류는 가입 신청 쪽에 무게가 쏠린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장관으로서는 가입 신청을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입장인데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조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세계 GDP 13% 차지하는 거대 FTA

CPTPP는 세계 최대 규모 경제 블록을 지향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하자 2018년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와 멕시코 등 나머지 11국이 출범시킨 경제 협력체다.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치면 전 세계의 13%, 무역 규모를 합치면 15%에 달한다.

그간 정부는 미국이 빠진 경제 협력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고, CPTPP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가 나쁘기 때문에 가입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결정을 미뤄 왔다. 지난해 말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한 것과는 상반된다. 당시 정부는 CPTPP 가입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 신청에 우리도 신청 여부 결정”

정부가 CPTPP 참여 결정을 서두르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중국이다. 홍 부총리는 “중국과 대만이 전격적으로 가입 신청서를 낸 것은 우리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않았던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중국은 지난달 16일 CPTPP에 전격 가입 신청했다.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1개 회원국 전원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시장 개방성, 국영 기업 보조금, 디지털 무역, 노동·환경 분야의 규범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중국이 CPTPP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중국도 CPTPP 가입 원서를 내는데, 왜 한국이 내지 못하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 등 CPTPP 가입을 타진한 나라가 늘고 있어 시기를 놓치면 가입 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국의 가입에 대해 CPTPP 회원국인 일본과 호주가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중국이 CPTPP에 가입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CPTPP를 더 이상 미국 등 서구의 대중 견제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의 CPTPP 참여 신청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가입 신청 결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후쿠시마 수산물 규제 관계와 연계해 한국 가입에 꺼리는 입장이었던 일본이 내년 1월 말까지 의장국을 하고 바뀐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그간 한국의 CPTPP 가입을 탐탁지 않아 하는 입장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CPTPP 11개 회원국과 비공식 협의를 그간 진행해 왔는데, 일본만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에 의장국이 싱가포르로 넘어간다고 해서 가입 협상이 쉬워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통상 외교 실적 미미한 문재인 정부

CPTPP 가입 신청이 외교 성과 만들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대중 정부는 한·칠레 FTA(2003년)를 타결해 자유무역협정의 물꼬를 텄고,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한미 FTA(2007년)와 한·EU FTA(2010년)와 한·중 FTA(2015년)와 같은 굵직한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비해 현 정부의 통상 영토 넓히기는 중국 주도 RCEP 참여를 제외하면, 인도네시아나 파나마·코스타리카·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 등 중미 5국 등과 FTA를 체결한 것에 그친다.

정부는 그간 미국이 다시 참여하지 않는 이상 CPTPP 가입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해 왔다. CPTPP 가입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하면 일정 수준의 양자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추가 실익이 크지 않다고 하면서 가입 시점을 점검해 오다가 갑자기 지금이 적기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환경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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