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스페인 전기료가 5배 뛴 사연

박수진 2021. 10. 20.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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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나라'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초속 6m의 양질의 바람 자원이 전역에 분포돼 있어 풍력발전에 그만이다.

'태양과 정열의 나라'라는 별칭에 걸맞은 뜨거운 햇볕(연평균 섭씨 38~43도)과 드넓은 대지, 낮은 인구밀도는 태양광발전에도 최적이다.

스페인이 '탈(脫)탄소 선도국'이 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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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나라’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초속 6m의 양질의 바람 자원이 전역에 분포돼 있어 풍력발전에 그만이다. 세르반테스가 1605년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발표할 때 이미 풍차가 전국에 널리 깔려 있었다. ‘태양과 정열의 나라’라는 별칭에 걸맞은 뜨거운 햇볕(연평균 섭씨 38~43도)과 드넓은 대지, 낮은 인구밀도는 태양광발전에도 최적이다. 스페인이 ‘탈(脫)탄소 선도국’이 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스페인은 풍력 설비용량 세계 5위(2019년 기준·유럽 2위), 태양광 설비용량 6위(유럽 1위)의 신재생 강국이다. 또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석탄발전과 석유발전 비중을 20년 만에 각각 36%와 10%에서 모두 5%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현재 천연가스 31%, 풍력 22%, 태양광 6%다. 10년 내 원전도 완전 폐쇄하고, 2050년까지 ‘탄소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런 스페인이 유례없는 전력난으로 1년 새 전기요금이 5배나 뛰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친환경의 역습’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올 들어 3배 이상 오른 데다, 기상 변화로 해안 일대 바람이 줄면서 풍력 발전량까지 전년 대비 20% 떨어졌다. 피레네산맥에 막혀 있어, 형편이 나은 프랑스에서 전기를 끌어오기도 힘들다. 전력대란으로 전기요금이 오르자 수도 마드리드에는 촛불을 켜는 집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을 ‘롤 모델’로 탈탄소 정책을 짰던 독일과 영국 등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영국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7배, 독일은 연초 대비 50% 올랐다.

스페인의 전기요금 폭등 사태가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동시 추진한다며 원전 가동을 줄인 결과, 10월 전기요금이 8년 만에 올랐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동안 쌓인 한전 적자에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재생에 투자해야 할 수백조~수천조원의 비용을 감안하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가늠조차 힘들다. 영국 등은 전력대란에 놀라 원전 투자 ‘유턴’을 속속 선언하고 있다. 한국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보유국이다. 그런데도 천문학적 비용과 재앙적 환경 파괴가 불 보듯 한 탈원전·탄소중립만 고집하고 있다. 망국(亡國)의 에너지 정책이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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