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폭등에 대출금리 5% 눈앞..영끌족 잠이 안온다

홍지유 입력 2021. 10. 20. 00:04 수정 2021. 10.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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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됐다.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국고채(국채) 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다.

고공행진하는 3년물 국채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9일 3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09%포인트 내린 연 1.866%였다. 전날보단 소폭 하락했지만, 연초(연 0.936%)에 비해선 0.9%포인트 이상 뛴 것이다. 특히 전날 3년물 금리(연 1.875%)는 2018년 12월 5일(연 1.901%) 이후 가장 높았다. 장기 금리도 오름세다. 10년물 국채금리도 지난 12일 올해 처음으로 연 2.4%를 뚫었다.

최근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포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충격에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불쏘시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2% 오른 배럴당 82.44달러에 마감했다. 2014년 10월 21일(82.81달러)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각국 중앙은행은 돈줄 죄기에 나섰다. 아시아 주요국 중에선 한국이 가장 빠르게 긴축 신호를 켰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11월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로 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국의 채권값이 떨어지는(채권금리 상승) 이유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0.44%로 올해 최고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채권시장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지표인 금융채(5년 만기) 등 시장금리가 오른다. 이미 코픽스 금리는 뛰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규제에 시중은행이 잇따라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대출금리 인상 폭은 커졌다.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지표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은행연합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03~4.67%로 상승했다. 8월 말(연 2.62~4.19%)보다 평균 0.4%포인트 이상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92~4.42%에서 연 3.14~4.95%로 상승했다. 고정형 금리 상단은 거의 5%까지 차올랐다.

은행권 신규 가계 대출 고정·변동 금리 비중.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예를 들어 최근 20년 만기 변동금리형(금리 상단 4.67%) 상품으로 3억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월 상환액은 192만원이다. 두 달 전보다 약 8만원 올랐다. 연간 100만원정도 이자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와중에 금리 상승기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나는 ‘약한 고리’인 다중 채무자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19일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 중 신용대출을 동시에 낸 경우는 41.6%로 집계됐다. 2012년 해당 통계를 집계한 뒤 가장 높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신용대출 동시차입 비중.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당분간 채권금리 오름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센터장은 “장·단기 금리가 들썩이는 움직임이 연말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 기준금리가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채권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다음 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을 담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또 다른 위험 신호도 감지된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1분기 기준 DSR이 40%를 넘는 대출자는 전체의 29.1%였다. 대출금액 기준으로는 62.7%다. ‘DSR 40% 초과’는 금융당국이 고위험 채무자를 분류하는 기준이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은 또 다른 ‘대출 발작’을 겪을 수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을 수 없게 되거나, 실제 수입보다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염지현·홍지유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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