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오징어 게임'이 된 대선

황정미 입력 2021. 10. 1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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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대장동 뒷북 수사가 키운 냉소
검·공수처 수사 결과에 대선판 휘둘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말대로 20대 대선이 ‘오징어 게임’이 돼가고 있다.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을 입수한 포린폴리스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전문은 “오징어 게임이 양대 정당 대선 주자들이 스캔들에 휘말린 가운데 고도로 계층화된 사회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국민의힘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위 관련 의혹을 예로 들며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이들의 선거 캠페인이 청년층에 만연한 정치적 냉소주의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여당 후보로 확정된 이 지사가 컨벤션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나 윤 전 총장의 비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청년층은 물론 중도성향 유권자 사이에 냉소주의가 번진 탓이다.

불행하게도 두 사람을 둘러싼 의혹과 검찰 수사가 이번 대선판을 좌우하고 있다. 그제 경기도청에서 열린 이재명 국감은 말씨름만 오갔을 뿐 실체적 진실에는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증인 1명 없는 국감장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망이었다. 여든 야든 검찰이 밝혀야 한다는데 “돈 받은 국민의힘 게이트”, “이재명 몸통 게이트”로 과녁이 다르다. 검찰이 사건의 진실에 화살을 날릴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성남시청을 수사 착수 20여일 만에 압수수색하면서 시장실, 비서실을 빼놓는가 하면 핵심 증거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휴대전화를 확보한 경찰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황정미 편집인
검찰은 자진 귀국하는 남욱 변호사를 공항에서 요란스레 체포했다. 대통령의 신속한 수사 지시 3시간여 만에 단군 이래 최대 뇌물공여액을 적시한 김만배 화천대유 대표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검찰이 비슷한 혐의로 남욱 영장을 받아낼지 지켜볼 일이다. 사실 검찰이 6년 전 ‘대장동 4인방’ 남욱을 제대로 수사해 처벌받도록 했다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이번 사건의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2015년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 당시 불법로비 혐의로 구속된 남욱은 1, 2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검찰은 횡령 혐의를 포착했지만 불법로비 혐의로만 기소했고 남욱이 받은 돈이 로비 명목은 아니었다는 재판부 판결에 따라 무죄가 됐다. 그물코가 넓은 수사 덕분에 법망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남욱의 ‘깐부’였던 김만배는 전직 검찰총장, 청와대 민정수석, 대법관으로 법률고문단을 꾸릴 만큼 법조 인맥이 짱짱하다. 남욱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박영수 전 특검, 남욱을 수사한 수원지검장 출신 강찬우 변호사가 각각 화천대유 법률고문, 자문으로 활동한 걸 공교롭다고 보긴 힘들다. 김만배는 남욱 등에 법조인이 포함된 7명에 각 50억원씩 350억원 로비 비용 분담을 요구했는데 이들의 뒷배 역할을 의심케 한다. 동업자인 남욱도 “뜨악하다”고 한 권순일 전 대법관 같은 이들을 김만배가 언급했다면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전후로 김만배가 8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한 경위가 뭔지 규명돼야 한다. 소수의 개발업자들이 어떻게 대장동 개발이익의 90%를 챙길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불법을 덮고 사실을 왜곡하는 데 법조인들이 관여했는지 파헤치는 게 김오수 검찰이 할 일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법사위 국감에서 윤 전 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면 헌정 질서에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검찰총장이 선거 국면에 수사 정보를 야당 측에 흘리고 고발을 사주했다면 ‘헌정 농단’이 맞다. 시시비비를 엄중히 가려야 할 사안이다. 검찰이 자신의 장모 의혹을 변호하는 문건을 만들고 대응하는 관여를 했는지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공수처 명운이 걸렸다.

국가 미래 권력을 뽑는 대선이 검찰과 공수처 칼끝에 달린 건 유감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에서 봤듯 칼끝이 무뎌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튼 전례가 적지 않아서다. 그래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진영별로 패가 갈려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이는 오징어 게임으로 끝날 것 같다고. 정치를 냉소하는 유권자들은 떠나고 꾼들만 남아 그들만의 잔치를 벌일 것 같다고.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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