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타인에 대한 이해

- 입력 2021. 10. 1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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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저리 붉어졌을까.

혹한과 폭설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무들은 가장 가벼운 몸으로 겨울을 난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타인을 이해했던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이며, 격려이고,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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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저리 붉어졌을까. 갑자기 찾아든 냉기에 나무도 화드득 놀라 겨울채비를 하는 모양이다. 계절의 순환이 예전 같지 않다. 그게 기후의 문제이기 이전에 우리 인간의 문제이겠지만 어쨌거나 며칠 사이에 나뭇잎이 붉어졌다. 이제 얼마 후면 저 붉은 잎도 지고, 나무들은 겸허한 모습으로 오는 겨울을 맞이할 것이다. 혹한과 폭설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무들은 가장 가벼운 몸으로 겨울을 난다. 그 엄동의 시간 동안 나무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무가 겨울을 나는 법이다. 정말, 봄이 엊그제였던 것만 같은데, 벌써 겨울이 목전에 와있다.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고 어딘지 억울하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시간을 어디서 되찾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쉼이라 생각했지만 길어지는 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화가 나기도 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흘러가 버린 그 시간을 벌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인데, 그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무시로 떠오른다.

그 영화에서 닐이라는 인물은 연극무대에 서게 되는데, 그가 맡은 배역은 숲속 요정 퍽이었다. 연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숲속 요정인 퍽이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깊은 잠에 들어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무가 겨울잠을 자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처럼 보였다. 숲속 요정답게 꽃과 나무로 분장한 퍽이 잠드는 그 장면이 유난히 쓸쓸하고 비장해 보이는데, 어쩌면 그것은 다음에 이어질 비극적 사건의 복선 같은 것이었다. 닐은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와 배우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종내는 비극적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마치고 만다. 아버지가 아이의 꿈을 이해해 줬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랬으면 닐은 그런 비극적 선택 대신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그저 영화 속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왠지 꺼림칙하다. 이해. 이렇게 말하는 나도 타인을 이해했던가. 어쩌면 내가 했다고 하는 이해들 속에는 상대와 상관없이 내 스스로 이해했다고 믿고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상대는 오히려 내가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타인을 잘 알지 못한다. 하긴 때론 내 자신도 알 수 없는데 어떻게 타인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여하튼 오는 겨울이 걱정이다. 지금도 삶이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그 혹한의 겨울을 견디고 건강하게 날까. 코로나19로 인한 이 미증유의 사태에서 그래도 기댈 것은 사람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온기를 나누다 보면 언젠가는 이 시련도 끝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이며, 격려이고, 위로이다. 따져보면 우리에게 가장 혹독한 겨울은 지금이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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