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부광고 지표 보완했지만.. 여전히 문제점 남아

강아영 기자 2021. 10. 1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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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조정에 시정권고까지 포함
언론사가 소송 택할 가능성 더 키워
지역·군소매체 열독률 조사 부실
영향력 조사 문제점 그대로 남아

새로운 지표를 토대로 정부광고를 집행하겠다고 선언한 문화체육관광부가 간담회를 열고 관련 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적 지표는 잔존한 데다 정부광고 집행 과정의 투명성은 요원해 전문가들의 우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정·투명한 정부광고, 길은 있나?' 토론회.

지난 7월 한국ABC협회 부수공사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지표를 토대로 정부광고를 집행하겠다고 선언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간담회를 열고 관련 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문체부는 주요 언론단체와 기관, 언론사, 전문가, 정부광고주와 함께 정부광고 지표를 점검한 뒤, 오는 11월까지 지표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확정된 지표는 인쇄매체의 경우 내년 1월부터, 방송 등 기타 매체는 내후년 1월부터 적용된다.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 7월 발표 때와 비교해 정부광고 지표 일부분을 수정했다. 핵심지표와 참고지표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핵심지표 내용 일부를 변경했다. 매체 영향력 조사에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문 리서치기관에 의뢰한 열독률(지난 1주간 열람한 신문)과 구독률(정기구독) 중 구독률을 지표에서 뺐고,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지표에선 이전에는 없었던 편집위원회와 독자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여부를 추가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조정(정정보도) 건수에 더해, 고려해보겠다던 시정권고 건수도 이번에 지표로 포함했다.

그러나 문제 소지는 여전하다. 직권조정에 시정권고 건수까지 지표로 삼으며, 언론사가 언론중재위에서 조정을 받기보다 소송을 택할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재 관련 건수를 줄일수록 언론사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다. 참고지표인 포털 제휴 여부도 삭제하지 않아, 한국 언론의 포털 의존성을 방관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매체 영향력 조사의 문제점이 개선안에 그대로 남아있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사 특성상 지역신문과 전국 단위 주간지, 특수지 등 군소 신문들의 열독률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확률이 높은데, 이 지표로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삼는 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일간지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실제 일부 중앙일간지들은 열독률을 높이기 위해 주요 지하철역과 주택가를 중심으로 신문을 무료 배포하는 등 ‘꼼수’를 쓰고 있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주요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이 9월부터 지국 잔지를 활용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사무실 등에 무료 신문을 배포하고 있다”며 “연말을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한다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언론사들도 타사 동향을 파악하며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실도 지난 18일 관련 사례를 공개했다. 매일경제신문이 부평역에서 ‘홍보용’이라며 신문을 배포하고 있는 사진과, 중앙일보가 ‘인근 가구에 신문을 무료 배포하라’고 지국에 보낸 문자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김의겸 의원은 “이 같은 무료 배포 행위로 조사에 혼란을 준다면 자본력이 풍부하고 배달 망이 확실한, 기존 상위권 언론사가 유리하다”며 “문체부와 언론재단이 이 사례들을 관료적으로 처리하면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지표 내용보다 정부광고 집행의 투명성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도 정부부처와 각 지자체가 기준 없이 정부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데다, 특히 지방행정기관 대다수는 별도의 조례나 규칙도 없이 자체적인 내부 지침이나 지자체장의 호의에 따라 정부광고를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최근 밝힌 개선안에서 핵심지표와 참고지표의 반영 비율을 광고주가 맞춤으로 설정해, 매체 선정 시 참고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이 역시 별도의 강제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열린 ‘공정·투명한 정부광고, 길은 있나?’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은 “자치단체가 보도자료를 써주는 신문사엔 광고를 배정하고, 비판과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는 신문사는 광고를 배제하거나 축소하는 식으로 언론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정부기관과 지자체가 홍보매체를 선정하는 과정을 시행령 또는 규칙으로 명시해 자격을 갖춘 매체를 선정하게 하고, 특히 자치단체 광고는 지역지에 우선 배정하는 식으로 건강한 지역 언론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도 “지자체는 정부광고 집행 조례와 지역 언론 지원 조례를 제정하도록, 또 국가행정기관과 공기업 등은 정부광고 집행규칙을 제정하도록 정부광고법에 강제할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정부광고 집행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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