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대피소 마지막 주민 10여명 “1434일만에 집으로 갑니다”

19일 오전 11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지난 4년간 포항 지진의 아픔을 상징하던 이재민 대피소에서 텐트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지진 발생 1434일 만이다. 최근에야 지진 피해를 구제받게 된 10여 명의 이재민이 이날 모두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체육관을 가득 채웠던 3.15㎡(0.9평)짜리 텐트 221개가 하나둘씩 접혔다. 이재민 이순오(75) 할머니는 “오늘 텐트 느그(너희)도 다 집에 간데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1978년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역대 2위 강진(强震)이었다. 건물 5만5000여 곳이 피해를 입었고, 이재민 2400여 명이 발생했다.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에는 한때 1180여 명의 이재민이 머물렀다. 이후 먼저 보상받거나 새로운 거처를 구한 이들이 하나둘 떠났다. 지난해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밀폐된 체육관에서의 감염을 우려한 이들이 또 빠져나갔다. 최근까지 대피소에 등록한 이재민은 60가구, 154명이지만 실제로 마지막까지 남아 생활한 이들은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에 살던 9가구, 10여 명이었다.

한미장관맨션은 2018년 포항시 정밀안전진단에서 약간 수리가 필요한 정도인 ‘소파(小破)’ 판정을 받았다. 건물 주요 부분이 50% 미만 파손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건물이 부서진 정도가 너무 심해 도저히 살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임대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선 완전히 부서져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전파(全破)’ 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민 윤모(51)씨는 “지진 이후 건물 곳곳이 갈라져 장마철에 비가 오면 아파트 복도에서도 우산을 써야 할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소파 판정을 내린 결정에 문제가 없다며 포항시 손을 들어줬다. 낙담한 이재민들은 체육관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다 포항지진특별법에 따라 지난 4~5월 피해구제심의위가 2차례 현장 심층조사를 벌이면서 구제의 길이 열렸다. 지난달 24일에는 한미장관맨션 등 2개 아파트에 대해 전파 판정이 나왔다.

지난 18일 이재민들은 대피소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림에 취미를 붙인 김모(53)씨는 이날 결실과 화합, 귀환을 주제로 수묵화 3장을 그렸다. 전은영(45)씨는 마음을 달래고 공부하기 위해 들었던 책 30여 권을 정리했다. 그는 “참으로 힘들었지만 가족이나 친척보다 귀한 이웃들을 만나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최경희(49) 한미장관맨션 비상대책위원장은 “아파트 재건축 전까지 주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포항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주민들을 위한 행정 절차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흥해실내체육관도 조만간 시민 품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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