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장인' 피아니스트 부흐빈더 2년 만에 내한 "베토벤 음악은 혁명 그 자체..악보에 모든 감정 녹아 있어"

문학수 선임기자 2021. 10. 1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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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전·대구 등서 연주회

[경향신문]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5·사진)가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금까지 60년 넘게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32곡) 사이클을 50회 이상 연주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베토벤 장인’ 수식어가 붙는다. 이번 내한 연주회에서도 베토벤의 소나타와 ‘디아벨리 변주곡’을 연주한다. 19·20일 서울 예술의전당, 21일 대전 예술의전당, 24일 대구콘서트하우스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부흐빈더는 “베토벤의 음악은 혁명 그 자체”라고 했다. “32개 소나타에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녹아 있다”며 “베토벤의 사랑과 슬픔과 분노 등,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젊은 시절에 생각의 폭이 좁고 참을성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베토벤의 음악을) 학자나 군인처럼 정확하게 표현하려 했지요. 하지만 베토벤은 모든 피아니스트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려 했던 음악가였습니다.”

부흐빈더는 1946년 체코에서 태어났다. 그는 베토벤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저는 전쟁 직후에 가난한 환경에서 컸습니다. 아주 작은 집에서 할머니, 어머니, 형과 함께 살았죠.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려운 환경이어서 음악에 관심을 갖기가 어려웠는데, 삼촌이 제 형에게 음악을 가르치기 위해 집에 작은 피아노를 들여놨습니다. 그 피아노 옆에 라디오와 베토벤의 악보가 있었죠.”

부흐빈더는 2년 전 내한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한국 관객들이 내 연주에 정말로 큰 호응을 보내줬다. 한국의 콘서트홀도 좋은 음향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음식도 좋았다. 특히 김치와 한국 맥주가 좋았다”고 말했다. 애초 그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지난해 9월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미뤘다. “저는 벌써 세 번째 백신 접종을 마쳤습니다. 이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겠죠.”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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