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방 쓰면서 주방·세탁실 등 공유..1인 가구 '코리빙 하우스' 편리하네

김태희 기자 2021. 10. 19. 21: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맹그로브 숭인' 주목

[경향신문]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공유주택 ‘맹그로브 숭인’(위 사진)에 설치된 주방에서 입주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TRU 건축사무소 제공
20~40대 다양한 연령층 거주
삶 속 자연스러운 어울림 추구
비용 저렴해 1인 가구에 매력

“아파트 같은 한국의 주거 형태는 대부분 다가구에 맞춰 있어요. 1인 가구가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여건에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죠.”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공유주택 ‘맹그로브 숭인’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맹그로브 숭인을 설계한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TRU건축사사무소 대표)는 19일 “이런 형태의 주거 공간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맹그로브 숭인은 개인 공간과 편의시설을 갖춘 코리빙(Co-living, 공유주택)이다. 한 집을 여럿이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와 달리 코리빙은 개인 공간을 철저히 보장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스타트업인 엠지알브이와 TRU건축사사무소가 협업해 만든 맹그로브 숭인은 1인 가구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이 담겼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최근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일반 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맹그로브 숭인에는 현재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총 24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 모두 1인 가구다. 거주자들은 개인방에서 생활하며 주방과 식당, 세탁실 등의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다만 여느 셰어하우스처럼 거주자들에게 각종 커뮤니티 활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맹그로브 숭인 내에서 교류는 ‘짧고 잦은 스침’을 기반으로 한다. 인위적인 계기를 만들기보다 일상 시설들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

지난 18일 기자가 직접 찾아가보니, 이런 특징은 건물 설계 전반에 반영돼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주방과 공용거실로 연결됐다. 수납장과 음식물 보관함 등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복도와 공유주방에 배치돼 있었다. 이곳에 사는 김채은씨(21)는 “혼자 산다는 외로움도 싫지만, 단체생활은 부담스러웠다”면서 “(1인 가구의) 이중적 심리를 잘 파악한 게 맹그로브 숭인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득이나 취향, 생활양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 구성도 눈에 띈다. 개인 방은 세 가지 유형이다. 방에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춘 스튜디오룸, 방 두 개를 연결해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유하는 더블 스튜디오룸, 침대와 수납장만 있고 나머지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공유하는 콤팩트룸이다. 비용은 스튜디오룸에서 콤팩트룸으로 갈수록 저렴해진다.

엠지알브이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하우스 투어(집구경)를 진행하는데,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00여명이 신청했다”며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이 적절히 구성돼 있고 생활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1인 가구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익 교수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코리빙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라며 “한국에도 아파트와 원룸처럼 정형화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개별 가구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이 탄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