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역 침엽수종 멸종위기 가속
[경향신문]
산림청, 보전·복원 대책 추진
어린나무 생육도 계속 감소
보존원 3곳에서 후계목 육성
자생지 환경 모니터링 강화
구상나무·분비나무·가문비나무 등 국내 고산지역에 서식하는 주요 침엽수종의 멸종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림청은 고산 침엽수종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림청이 19일 발표한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 보전·복원 대책’을 보면, 2019~2020년 구상나무·분비나무·가문비나무 등 3개 수종의 숲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문비나무 숲은 약 40%, 구상나무 숲은 약 33%, 분비나무 숲은 약 31% 임목쇠퇴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목쇠퇴도는 일정 면적 안에 있는 나무 중 고사한 나무와 생기를 잃고 죽어가는 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있는 고유 수종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3개 수종의 평균 쇠퇴도는 약 32%로, 2017~2018년 조사 때의 26%에 비해 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숲에서는 어린나무가 나타나는 빈도도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나무 숲의 어린나무 출현 빈도는 2017~2018년 조사 때에 비해 약 43.5%, 분비나무 숲은 약 15%, 가문비나무 숲은 약 14.9%가 각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산림청은 입목쇠퇴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어린나무의 출현 빈도까지 감소하는 것은 고산 침엽수종의 멸종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2016년부터 멸종위기에 몰린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눈잣나무, 눈측백, 눈향나무 등 7개 수종을 중점 보전 대상으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들 7대 고산 침엽수종은 한라산과 지리산 등 전국 31개 산지 약 1만2094㏊에 걸쳐 370여만그루가 분포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지리산(5198㏊), 한라산(1956㏊), 설악산(163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수종별로는 구상나무 숲(6939㏊), 분비나무 숲(3690㏊), 가문비나무 숲(418㏊) 등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고산 침엽수종의 개체군 유지를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주요 산지에 현지외보존원 3곳(봉화·제주·무주, 약 8.6㏊)을 조성한 뒤 구상나무 등 1만3000여그루를 후계목으로 육성 중이다.
산림청은 고산 침엽수종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자생지의 환경 특성을 바탕으로 쇠퇴 원인을 정밀 조사한 뒤 그에 맞는 대응에 나서기 위한 것이다. 또 전국 산림에 구축된 산악기상관측망 관측 정보와 위성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산림생태계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해 고산 침엽수종 취약지역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대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악기상관측망 설치 장소를 현재 413곳에서 2026년 64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고산 침엽수종의 천연갱신을 유도하기 위한 사업에도 나선다. 천연갱신은 기존의 나무 종자나 뿌리, 그루터기 움싹 등 자연의 힘으로 후계림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앞으로 고산 침엽수종의 쇠퇴를 막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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