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이웃들.."현실은 오징어 게임보다 끔찍"

김태형 기자 입력 2021. 10. 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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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징어게임은 그저 드라마 속 얘기만이 아닙니다. 삶의 벼랑 끝에 몰린 등장인물 하나하나는 현실 속에서 우리 곁에 살고 있는 이웃들 입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끔찍하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김태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계신 분들입니다.]

오징어게임 속 인물들은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북한의 가족을 데려 오려다 탈북 브로커에게 전 재산을 사기 당한 새터민 67번 참가자.

새터민 김모 씨의 사정과 같습니다.

[김모 씨/새터민 : 자식을 데리고 오려고 3천만원을 줬어요. 브로커들이 다 어떻게 사기를 쳐서 지금까지도 데려올 수도 없고…]

브로커에게 줄 돈을 다시 마련하려다가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김모 씨/새터민 : 네 시간을 자고 한 7-8년을 일을 했어요. 자식들을 데려오려고 투자를 한 거예요. 2억 4천정도 지금 부었는데 1원도 못 찾았어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한국에서 만난 '깐부'와 헤어진 새터민도 있습니다.

[채모 씨/새터민 : 현실이 이렇게 어려운 줄 진짜 몰랐어요. 돈 때문에 이혼하고 가정 싸움하고 하다 보니까요. 돈은 돈대로 다 날리고…]

일터에서 다치고 고용주에게 급여도 제대로 못 받은 이주노동자 199번 참가자.

캄보디아에서 온 스레이행씨는 일 하다가 무릎이 파열됐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스레이헹/이주노동자 : 의사가 지금 수술하라고 말했어요. 돈 때문에 또 일하고 있어요. 사장님은 걱정 안해요.]

한 달에 이틀만 쉬고 일하는데도 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최저임금도 안 됩니다.

이주노동자 폰타씨는 비닐하우스에 삽니다.

시커먼 때가 찌든 부엌에, 방 곳곳엔 곰팡이가 피어있습니다.

[폰타/이주노동자 : 돈 없어요. 한국은 너무 추워요. 냄새 나요. (화장실은) 밖에 있어요.]

불어나는 이자때문에 불법 사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456번 참가자, 현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김모 씨/불법사채 피해자 : 쌍욕부터 해서 돈을 못 주면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막 하죠. 이제 가족들한테도 똑같이 전화해서 그렇게 얘기를 하겠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압박을 받고.]

드라마 속에서 신체포기 각서가 있다면 현실에서는 백지각서가 있습니다.

[김모 씨/불법사채 피해자 : 도장, 지장을 빈 종이에 찍기 시작했어요. (사채업자가) 너희가 쓴 공증. 이거 하나만 있으면 너희 인생이 다 망가진다고…]

돈 다발에 목숨 건 게임을 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과 다른 게 있다면, 정말 벼랑 끝으로 떨어지기 전에 사회안전망이란 울타리에 들어갈 수 있기를 지금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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