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SLBM 발사 한 달여 만에 보란 듯 북도 잠수함서 쏜 듯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 박은경 기자 2021. 10. 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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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올 들어 8번째 미사일 발사 시험..의미와 파장

[경향신문]

이걸 쐈나 북한이 지난 11일 평양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오른쪽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 신형 ‘미니 SLBM’(빨간색 원). 연합뉴스
2000t 고래급 잠수함에서
신형 ‘미니 SLBM’ 발사 유력
고도 60㎞·사거리 590㎞ 추정
무기체계 5개년 계획 일환 속
국제사회가 ‘도발’로 규정 땐
대화 거부 명분 삼을 가능성

북한이 19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군은 단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 1월 당대회에서 밝힌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대한 한·미의 반응을 떠보고, 한·미·일 등의 대북공조 강화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탄도미사일) 제원과 특성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며 “고도 60㎞, 사거리 590㎞ 정도”라고만 밝혔다. 북한이 신형 ‘미니 SLBM’을 기존의 고래급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것이 맞다면 북한 잠수함이 SLBM 수중 사출 방식으로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남한은 지난달 15일 세계 7번째로 SLBM의 잠수함 시험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북한은 2015년 SLBM인 ‘북극성-1형’을 수중에서 시험발사해 성공했다. 2019년 10월에는 콜드론칭(수면 사출 후 점화) 방식으로 ‘북극성-3형’의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당시엔 잠수함 발사가 아니라 바지선과 같은 구조물을 설치해 수중 발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이번에 고래급(2000t급)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이 북극성 4형이나 5형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3200t급 개량형 잠수함을 아직 진수한 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신포에서 ‘북극성-4·5ㅅ(수중)’형 SLBM 탑재가 가능한 32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다.

북한은 이날 기존 SLBM이 아닌 신형 소형 SLBM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존의 북극성 시리즈 SLBM보다 상대적으로 정점 고도가 낮고 사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신형 ‘미니 SLBM’을 처음 공개했다.

미니 SLBM은 직경이 1m 미만으로 북한이 2014~2016년쯤 최초로 제작한 SLBM인 북극성-1형보다 작다. 이 SLBM은 점화 후 상승 시 중심과 방향을 전환해주는 용도의 보조날개를 하단부에 달았고 수중 콜드론칭 발사 시 엔진 보호를 위한 엔진 덮개도 포착됐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기존의 북극성 계열 미사일은 아닌 듯하다”며 “전시회에서 보인 소형 SLBM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력 강화를 위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만 8차례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면서 핵무기 소형화·다종화·정밀화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왔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과업으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를 직접 거론한 바 있어 SLBM 발사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가 워싱턴에서 18~19일(현지시간) 한·미 및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가, 서울에서 19일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동이 열리는 것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둘러싸고 북한이 이중기준에 대한 한·미·일 반응을 테스트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 있다”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을 통해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는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미국은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번 발사를 도발로 규정할 경우 이중기준이라고 비난하며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 박은경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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