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내 SLBM까지 발사한 북, 이러고도 이중기준 말할 텐가
[경향신문]
북한이 19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을 SLBM으로 추정하고, 발사도 처음으로 물속에서 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신형 소형 SLBM을 물속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SLBM은 사전 탐지가 어려운 데다 현재 무기체계 배치상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미국이 화답해 북·미 간 대화 동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고강도 군사행동을 보인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북한의 이날 SL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추가 무력도발 중지를 엄중 촉구한다.
북한은 지난 몇년간 지속적으로 잠수함 전력 강화와 함께 SLBM 개발을 추진해왔다. 2015년 ‘북극성-1형’과 2019년 ‘북극성-3형’ SLBM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바지선과 같은 구조물에서 진행된 것으로 실제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과는 기술적 완성도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 발사에 최종적으로 성공했다면 SLBM의 모든 기술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잠수함을 이용해 상대방의 해역에 들어가 기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남측과 미국에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위협이 된다. 잠수함에서 쏘는 미사일은 원래 잠수함의 은밀성 때문에 탐지 자체가 쉽지 않다. 더구나 한·미의 그린파인 레이더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는 북쪽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응하게 돼 있다. 북한 잠수함이 동해나 남해로 침투해 후방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대응이 어렵다.
지금 워싱턴과 서울에서는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와 정보수장들이 각각 회동해 대북 대화 재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종전선언 제안을 논의했다면서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이 북한에 계속 손을 내밀고 있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 같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미 간 대화를 유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화 움직임에도 제동을 거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8번째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초음속 이스칸데르형 등 각종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자신의 행동을 국방 자위력 강화라고 주장하며 남측의 이중기준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SLBM 발사는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이다. 남측을 향해 이중잣대 운운하며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자가당착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도발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은 채 북한을 향해 조속히 대화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북의 미사일 발사는 비판하지만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노력은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추가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 무력시위로 더 큰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미국도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 제안이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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