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지금까지 무대 꿈꾸게 한 건 긍정과 사랑의 힘"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나는 배우입니다. 무대 위의 불빛과 갈채가 화려할수록 그 뒤안길의 그림자는 길고 낯설고 외로운 길이기도 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일상의 모든 옷을 벗고 잊어버린 또는 잃어버린 질문을 찾아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온몸을 내어주는 나무를 꿈꾸고 싶습니다. 나는 배우입니다."
배우 윤석화(65)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공연장을 감미롭게 채운다. 이 목소리에는 지난 시간 배우로서의 환희와 기쁨보다 혼자 감내해야 했던 외로움이 묻어 있는 듯하다.
윤석화가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아카이브 무대의 첫 번째 작품 '자화상Ⅰ'의 프레스콜이 19일 소극장 산울림에서 진행됐다.
'자화상Ⅰ'은 그에게 고향과도 같은 무대인 소극장 산울림에서 그가 출연했던 대표작의 명장면들로 꾸미는 무대다.
이날 윤석화는 1988년 산울림 첫 출연작인 '하나를 위한 이중주'에선 불치병에 걸린 피아니스트로, 임영웅 연출과의 첫 작업이었던 '목소리'에선 전화기 너머로 절규를 토해내는 여자로, 10개월 장기 공연한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선 12살 딸을 둔 엄마 가수로 분해 예전의 감동을 다시 선사했다.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연기와 목소리는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감미로운 노래와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45년 넘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렇게 오래도록 무대에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전막 시연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무대에 설 꿈을 꾸게 하는 것은 긍정과 사랑의 힘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언제나 열심히 지지해준 관객의 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석화는 지난 2년간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17년간 운영한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를 2019년에 문 닫았고, 이후 배우로서 영국 런던에서의 무대를 꿈꿨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이 무산되고 말았다.
"국내 무대에도 오를 기회가 없어 낯설고 외롭고 그림자가 길었던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풀이 바람에 눕듯이 그 시간은 저를 겸손하고 자유롭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버릴 것을 다 버리니까 홀가분했죠."
그러던 중 소극장 산울림에서의 공연 이야기가 나왔다. 큰 무대에서 놀던 배우가 스스로 "척박한 땅"이라고 표현한 작은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소극장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려워 저 자신과도 많이 싸웠다. 하지만 그간 낮아진 것이 저를 자유롭게 했고 고향인 산울림 무대를 꿈꿀 수 있게 했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를 관객에 내놓을 때, 거기에 비로소 삶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석화는 이번 작품의 연출, 구성, 배우 등 1인 3역을 맡으면서 혼란스러운 시간이 많았다면서 "각 작품에서 명장면을 뽑으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야기가 되도록 구성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배우로서 해야 할 역할이었다"고 토로했다.
윤석화는 특유의 기질로 헤쳐나갔다. 바로 인물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 오랜 시간을 들여 인물을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 안에서 깊어진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번 공연을 결심한 데에는 산울림을 돕고 싶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스태프들을 모았다고 한다.
"산울림은 역사입니다. 극장을 지켜내는 사람들에게는 용기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최고의 스태프들이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것은 저와의 우정도 있지만 연극을 사랑하는 용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자화상Ⅰ' 공연은 2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진행된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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