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주문하고, 음악 틀어주고.. 車 안에 집사가 살고있다
지난달 30일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에는 뱅앤올룹슨의 고급 카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됐다. 이 스피커에는 귀에 꽂는 이어폰에서나 체험할 수 있었던 ‘노이즈캔슬링(잡음 제거)’ 기술이 적용돼 있다. 일반 이어폰은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주변 환경의 소음을 없애준다면, GV60에 장착된 카오디오는 시끄러운 도로 소음을 없애준다. 전기차는 엔진 소리가 없어 내연기관차보다 조용하지만,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 뱅앤올룹슨과 현대차가 함께 개발한 이 차량용 소음 제거 기술은 소음이 운전자의 귀에 들어오기 전에 이를 상쇄하는 주파의 ‘제어음’을 재생해 소리를 없애주는 게 핵심이다. 차량에 부착돼 있는 센서가 차량 진동과 소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상쇄하는 주파수를 빠르게 계산해 운행 내내 제어음을 알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플랫폼 서비스 등 IT의 집합체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기술이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내비게이션부터 음성 인식, 카페이 서비스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 업체들도 국내 IT기업과 합종연횡하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IT에 민감한 한국에선 인포테인먼트가 더더욱 차량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장은 지난해 214억 달러(약 25조원)에서 2028년 375억 달러(약 44조원)으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업계, 첨단 기술 확보 경쟁
르노삼성이 지난 5일 선보인 2022년형 SM6에는 차 안에 앉아 있으면서 커피와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서비스가 탑재됐다. 사전에 차량에 카드를 등록해두면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서 전용 CU 편의점 앱을 실행해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다. 주문 후 CU를 방문하면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직원이 물건을 차량까지 가져다준다. 현재 이런 ‘카페이먼트’ 서비스는 전국 1000여 개의 CU 편의점에서 쓸 수 있고, 르노삼성은 향후 주요 거점 카페와 주유소 등으로도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이 같은 카페이 시스템을 지난해부터 제네시스 G80·G70과 같은 고급 모델과 현대·기아 일부 차량에도 적용하고 있다. 제네시스 최신형은 비밀번호 대신 지문 인식으로도 결제된다.
한편 현대차는 카카오와 손잡고 음성 인식 서비스 ‘카카오i’를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운행 중 “강남역 찾아줘”, “가로수길 맛집 찾아줘”라고 말하면 알아서 검색해준다. 지난해부턴 음성 AI와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고, 카카오톡에 정리해둔 일정·메모를 연동해 음성으로 개인 일정을 확인할 수도 있게 됐다. 올 5월부턴 멜론 앱을 탑재해 카카오i로 음악을 검색·재생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IT 협업으로 단점 상쇄하는 외국계 업체들
수입차 업체들도 한국 고객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고 있다. 볼보는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모빌리티와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개발해, 지난달 공개한 신형 XC60에 탑재했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티맵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고, 음성 인식 비서인 ‘누구’로 운전 중에도 편리하게 목적지 설정, 실내 온도 조절, 문자 전송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도 탑재돼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지난 6월 출시한 올 뉴 디펜더를 시작으로 모든 신규 차량에 T맵을 기본으로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BMW도 내년부터 T맵을 내장한 차량을 출시한다고 알려졌다. 테슬라도 KT와 손을 잡고 ‘기가지니’ 음성 인식 기술과 뮤직 앱 ‘지니뮤직’을 차량에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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