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에 웬 피자가"..'PPL 범벅' 韓드라마 유감

김수현 기자 2021. 10. 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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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TV시리즈 시청수 톱10 중 한국 드라마 3개"PPL 등 제작비 허덕이는 제작구조 탈피해야"
/사진=tvN '갯마을 차차차' 공식 홈페이지

#TV 속 남자 배우가 "피자를 시켜먹자"며 한 유명 브랜드 피자브랜드의 어플리케이션을 켠다. "어플이 있어 바로 된다"며 어떤 도우를 선택할지 옆 사람에게 묻는다. 피자가 도착하자 한 조각을 꺼내 크게 베어문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으으음~"하고 감탄한다.

광고 속 한 장면이 아니다. 지난 17일 밤 방송된 tvN '갯마을 차차차'의 마지막회 중 한 장면이다. 이날 드라마의 주인공이 피자를 먹는 장면은 2분 넘게 전파를 탔다. 극의 줄거리상 각자 미식가로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이 피자를 먹으며 과장되게 감탄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어색함과 불편함만 자아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의 전세계 흥행으로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제작비에 허덕이며 PPL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 드라마의 한계가 이 장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제2의 '오징어 게임'을 노린다면 이같은 제작구조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 들어왔는데…韓 콘텐츠는 PPL 천국"
18일 기준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시청순위 톱10. /사진=플릭스패트롤
19일 스트리밍 데이터업체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시리즈 중 전세계 시청순위 톱10에 올라 있는 한국 드라마는 3개다. 1위는 여전히 '오징어 게임'이고, 3위가 지난 15일 공개된 한소희 주연의 느와르물 '마이네임', 7위가 tvN '갯마을 차차차'다.

넷플릭스 전체 TV시리즈 시청순위 10위권에 한국 드라마가 3개나 올라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오징어 게임' 인기로 전세계인들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전세계 주류 문화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개연성 없이 노골적인 PPL로 콘텐츠 퀄리티가 희생되는 상황이 부터 개선해야한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한 시청자는 "한국 드라마를 넷플릭스에 올릴 때 PPL 부분은 좀 편집했으면 좋겠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맥락 없는 광고 장면을 보면 과연 어떻게 이해할까"라고 꼬집었다.

넷플릭스는 어떻게 다른가
넷플릭스숍에서 판매 중인 오징어게임 굿즈. /사진=넷플릭스숍
넷플릭스는 정책상 PPL을 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사가 별도로 외부에서 제작비를 충당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모두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콘텐츠에는 극의 흐름을 해치는 부자연스러운 광고가 없다.

최근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넷플릭스의 판권 독점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넷플릭스가 판권 확보를 위해 제작비를 100%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이정재(성기훈 역)가 초록색 유니폼이 아니라 유명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힌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왔을 것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대신 넷플릭스는 다른 방법을 쓴다. 콘텐츠에 등장하는 캐릭터 의류와 인형, 인테리어 소품 등 제품을 직접 판매한다. 지난 6월 자체 온라인 스토어 '넷플릭스 숍'을 출시하며 직접 제작한 '굿즈'를 공식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마트와 손잡고 '넷플릭스 허브'를 개설해 넷플릭스 콘텐츠 팬들의 상품 아이디어를 크라우드 소싱해 제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콘텐츠의 질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수익 다변화와 콘텐츠 홍보효과를 동시에 누리려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드라마 한 편으로 이익을 남겨야 하지만, 넷플릭스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사 드라마가 홍보되면서 더 많은 구독자들을 얻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PPL 의존 벗어나야 독창적 콘텐츠 나온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광고 수익에 목매야 하는 국내 드라마의 제작 구조에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제작 구조에선 PPL을 넣기 어려운 장르물이나 사극 등 독창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송사와 OTT의 합작 드라마도 늘고 있다. MBC는 웨이브와 150억원을 공동투자해 대작 블록버스터 드라마 '검은태양'을 제작했다. SBS도 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한 '원더우먼'을 방영하며 시청률 끌어올리기에 주력 중이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TV광고 단가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콘텐츠 제작비는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비해 매월 구독료를 받으며 고정 수익을 창출하는 OTT가 오히려 콘텐츠에 통 큰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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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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