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전세' 곳곳 피해 속출..피해 구제 왜 어렵나?

정민규 2021. 10. 1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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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집값보다 담보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이 더 많은, 이른바 '깡통 전세'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 등에서 집주인이 전세자금을 들고 잠적해버리는 경우까지 생겨나는데 이를 막을 제도는 실효성이 적어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법이 막막한 상황입니다.

보도에 정민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산 해운대구의 한 오피스텔입니다.

이 오피스텔 주인은 이달 초 전세 세입자 20여 명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가구당 2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떼일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A 오피스텔 세입자 : "저희 아내도 스무 살 때부터 같이 돈을 모았던 금액이고, 대출도 끼어있고 이런 상황에서 그 돈을 다 날린다고 하면 진짜 절망스럽죠."]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피해액은 해마다 늘어 지난 2017년 525억 원에서 지난해 6천 억원을 넘었고, 올들어 8월 말 기준 4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런 피해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금반환보증 제도가 운용되고 있지만,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이 서민들이 주거하는 곳일수록 전세금반환보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오피스텔 세입자는 건물 앞으로 대출 등이 많다는 이유로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거절 당했는데, 집주인은 전세 계약 종료를 앞둔 시점에 잠적했습니다.

[B 오피스텔 입주민 : "근저당이 있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보증보험을 들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있으면 보증보험이 들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보증보험을 만든 의미가 없는거 같고요."]

[서성수/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보증금 현황까지 정확하게 임대인이 중개사나 계약당사자에게 알려줘야 하고 그걸 허위로 알려줬다던지 안 알려줬을 때는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게 되면 고의적으로 사기성이 있는 건 막을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입자가 입주하는 집의 재정 상태를 잘 알 수 없는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야한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

[앵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최근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는데요.

이 문제를 취재한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민규 기자, 우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왜 최근 들어 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어디 어디가 얼마나 올랐다더라 이런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전국적으로 집값이 비정상적이다라고 할 정도로 급등을 한건데, 이런 분위기를 타고 부동산 시장이 흘러든 돈이 크게 늘었습니다.

어떤 집 주인들은 자기 돈 없이 대출과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오피스텔이나 원룸 같은 곳을 매입한 경우도 있는대요.

흔히 갭투자라고도 부르는 이런 투자 방식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투자는 집값이 오르면야 큰 상관이 없겠지만 집값이 하락하면 집주인이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할 수가 있거든요.

그럼 집이 경매가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떼일 위험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런 전세 피해를 겪는 분 중에는 특히 2030세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되는 거죠?

[기자]

네, 아무래도 2030세대 즉,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지 않죠.

여기에 무주택자가 많은데 집값이 너무 올라버리다 보니까 싸고 좋은 집을 찾기는 어려워 졌습니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근저당 설정이 많이 되어있거나 집주인의 재정 상태가 불투명한 집이라도 얻을 수밖에 없는거죠.

실제 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8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접수된 2030 세대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이 2210억 원에 달합니다.

40대 이상 연령대의 사고금액이 1300억 원 정도니까 두 배가량 많습니다.

전체 비율로 보면 전체 사고 금액의 60%가 청년층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통계에 잡히는 게 이 정도고요.

경매와 가압류 등으로 고통을 받는 청년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거란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앵커]

전세보증금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전세금반환보증보험도 그런 이유에서 있는 건데 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죠?

[기자]

저희가 만나본 피해자분들인 입을 모아 하신 말이 있습니다.

바로 전세금반환보증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에서 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 기관 모두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때 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주거안정 상품이라고 이 제도를 소개합니다.

근데 막상 가입을 하려 하면 대출금과 보증금의 합이 주택가격보다 많거나, 대출 비율이 주택 시세의 60%를 넘겼다며 가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근린생활시설이나 사업용 오피스텔도 가입이 어렵습니다.

워낙 전세 사고가 많이 나니까 이들 기관이 최대한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려 하기 때문인데요.

당연히 비판이 나오지만 제도를 운용하는 쪽에서도 손실이 늘어나면 감당을 할 수 없게 돼 가입 범위를 넓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쉽지 않은 일 같군요.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는거 아닌가요.

뭐라도 대책을 찾아봐야할텐데 어떤 게 있겠습니까?

[기자]

네, 지금의 제도는 사각지대가 많다는 게 저희가 만나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당장 '나쁜 임대'로 피해를 당하는 세입자들부터라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전세보증금을 오랫동안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이나 관련 위반 사실이 있는 임대인을 공개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잇따라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지금 상임위에 계류되어있는데, 영국에서 2017년부터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앵커]

피해가 커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는 거로 알고있는데요.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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