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나원연씨의 화성여행, 우주도 원자력이다
원자력연구원에 다니는 나원연씨는 화성여행상품을 찾고 있다. 여행비용이 상당하고 기간도 보름 가까이 걸리지만, 결혼 10주년이니만큼 아내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 결정했다. 10년 전만 해도 화성여행은 천문학적인 비용에 반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해 시간과 돈이 넘쳐나는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원자력으로 만드는 열과 전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이 상용화되면서 여행비용과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자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화성 관광 상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H사가 원자력연구원과 개발한 우주선이 고흥의 나로 우주기지에서 운항을 시작하면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쯤 이런 일이 가능해질까? 대다수의 독자들이 꿈같은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모습이라고 믿는다. 통상 새로운 기술은 초기에는 매우 더디게 발전하다 기술의 축적이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어 급속도로 진보한다.
비행기를 예로 들어 보자. 1903년 라이트형제가 세계 최초로 12초 동안 고작 37미터의 비행에 성공한 이후, 린드버그가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한 것이 1927년이었다. 최초의 제트여객기가 취항한 것이 1952년이다. 비행기가 개발된 이후 불과 50년 만에 제트기 여행이 일반화된 것이다.
최근 억만장자들의 우주여행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7월 영국 버진 갤럭틱사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인류 최초로 민간 우주관광에 성공했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우주여행의 꿈을 이루었다. 비록 4분 동안의 무중력 체험에 2억8000만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벌써 600여명의 신청자가 대기 중이라 한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사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9월 16일 우주정거장보다 높은 575 km까지 올라가 사흘간 지구 주위를 비행하며 진정한 의미의 우주관광 시대를 열었다.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 달나라 여행상품도 나올 테니 화성이라고 왜 여행상품이 나오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이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오는 21일 오후 4시 순수 우리 기술로만 만든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된다. 성공하면 세계 7번째로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보유한 나라가 된다. 우리도 우리 기술로 우주여행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것이다.
물론 달에 가는 것과 화성에 가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현재의 화학로켓으로 달까지 가는 것은 7일이면 가능하지만, 화성까지는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관광 목적으로는 너무 길다. 하지만 원자력 추진 우주선이 개발된다면 그 시간을 2개월 이내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화성 관광이 실현되려면 원자력 추진 우주선이 실용화되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우주선진국들은 우주에서 사용할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에 원자로의 열로 추진력을 얻는 우주선을 실증하기 위해 이를 설계할 후보회사 3개를 선정했다. 또한 달기지에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마이크로 원자로를 2028년 안에 달에서 실증할 계획이다. 1980년대에 이미 30여개의 원자력 군사위성을 운영했던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과 영국도 현재 우주용 원자력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국제연합(UN)은 앞으로 다가올 우주 원자력 에너지원 상업화에 대비해 1992년에 합의되었던 국제규약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우주탐사조정그룹(ISECG)은 2020년부터 원자력 에너지원을 우주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술격차의 분석과 협력방안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UN과 국제우주탐사조정그룹의 관련 국제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우주용 원자로인 히트파이프 원자로의 기반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열추진·전기추진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기획을 진행 중이다. 아직 개발 초기단계로 경험이 부족하고 규모도 크지 않지만, 언젠가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태극마크가 새겨진 원자력 추진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누비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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