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정부의 딜레마] 탄소중립·고물가 사이 갈등 .. 전문가 "그래도 한시적 인하 필요"

김위수 2021. 10. 19. 19: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휘발유 판매가격의 53%가 세금
10% 내려도 5% 떨어지지 않아
공급가격·주유소 마진이 '변수'
OPEC증산 등 유가추이 지켜봐야
전국 휘발유 가격이 4주 연속 상승하며 약 7년 만에 평균 1700원대에 육박한 지난 17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치솟는 기름값에 따른 물가 안정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판매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일만큼 판매가에서의 세금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난 둘째주 평균 휘발유 가격인 ℓ당 1687.23원 중 세금은 총 899.27원으로 판매가격의 53%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금을 제외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은 이달 첫째주 ℓ당 744.5원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격 중 가장 최신 수치다.

휘발유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은 통상 1주일 전의 가격이다. 즉, 10월 첫째주 평균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을 토대로 둘째주 평균 휘발유 가격에 붙은 세금을 계산해볼 수 있다.

◇휘발유 가격 절반 넘게 세금이라는데…왜?=먼저 휘발유 1ℓ당 일괄적으로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붙는다.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가 교육세로, 26%는 주행세로 붙는다. 즉 기본적으로 휘발유 1ℓ당 745.89원의 세금이 붙는다고 할 수 있다.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 품질검사 수수료(ℓ당 0.47원), 주유소 마진에 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를 합한 745.89원을 합해 휘발유 판매가격을 산정한다. 여기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더해야 최종 판매가격이 산정된다.

10월 둘째주 전국 휘발유 가격인 ℓ당 1687.23원은 첫째주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인 ℓ당 744.5원에 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 745.89원, 품질검사 수수료 0.47원, 평균 주유소 마진 42.99원을 더한 1533.85원에 10%의 부가가치세인 153.37원이 붙은 수치다. 최종 판매가격에서 세금의 비중은 53%다.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은 통상 싱가포르 휘발유 제품 가격과 환율 등에 연동해 정해진다. 싱가포르 제품 가격은 국제유가 및 제품 수요 등에 따라 결정된다. 국제유가와 환율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인 셈이다.

유가 상승과 수요 확대, 고환율 추세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 상황을 비춰봤을 때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세전 공급가격이 상승해도 ℓ당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는 그대로지만 10%씩 붙는 부가가치세는 함께 늘어난다.

유가·수요·환율 등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인만큼, 정부가 개입 가능한 세금 부분을 줄여 유가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류세 내리면 기름값 얼마나 싸지나=그렇다면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다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기름값 인하 효과는 얼마나 될까.

만약 정부가 유류세를 10% 내린다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476.1원으로 하락하고 이를 과세표준으로 하는 교육세와 주행세는 각각 71.42원과 123.79원으로 줄어든다. ℓ당 기본적으로 붙는 세금은 745.89원에서 671.31원이 된다.

이를 10월 둘째주 휘발유 가격을 구성하는 첫째주 주유소 세전 공급가격과 평균 주유소 마진을 대입해 계산하면, 판매가격은 1459.27원이다. 부가가치세 10%를 더한 최종 판매가격은 1605.2원이다. 실제 둘째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인 1687.23원 대비 약 5% 저렴해진 가격이다.

물론 정유사 세전 주유소 공급가격과 주유소 마진 등이 가변적인 요소인만큼 유류세를 10% 내린다고 반드시 최종 소비자 가격이 5%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인하 방안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다고 해도 어느정도 인하율을 적용할지는 알 수 없다. 지난 2018년 정부가 한시적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을 때는 첫 6개월 15%, 연장한 4개월 7% 수준이었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유류세 15%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유류세 15% 인하와 더불어 부가가치세 감면까지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유가 당분간 이어질듯…"물가 안정화해야"=다만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등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현재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에 도달하려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훨씬' 넘는 수준이 돼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 등에 따라 유가 흐름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지는 않더라도 지금과 같은 고유가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데에는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 모두 이견을 갖지 않고 있다. 겨울철에 들어서며 계절적인 측면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도 원유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정부가 펼치는 탄소중립 정책에 배치되는 사안임에도 전문가들은 한시적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너무 거세 물가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유류세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 맞다"며 "다만 탄소중립 정책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경유에 대한 유류세는 따로 고려하거나 하는 선택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