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발사, 사라진 '도발'..김여정 "언행 심사숙고하라" 효과?

손덕호 기자 2021. 10. 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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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엔 文대통령이 직접 "도발"
김여정 "문 대통령이 부적절한 실언했다"
이후 北 미사일 발사에 '도발' 표현 사라져
오늘 발사한 SLBM, 고도 60km·사거리 590km
대남·주일미군 타격가능 '신형 미니SLBM' 무게

북한이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다. “깊은 유감”을 표명했을 뿐이다. 지난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도발’이라고 했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하라”고 강하게 경고한 후 ‘도발’이 사라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방남한 당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국립중앙극장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고자 미·중·일·러 등 주요국과 활발히 협의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보다,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도 해석되는 반응이다. 북한이 이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날 오전 한미일 3국 정보수장은 서울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는 NSC 발표문을 그대로 전한 뒤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남북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 장면을 국방부가 지난달 17일 추가 공개했다. 이날 추가 공개된 영상에는 도산안창호함(3000t급)에 탑재된 SLBM이 수중을 빠져나와 하늘로 향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달 15일까지는 달랐다. 북한은 당시 남측의 SLBM 잠수함 발사시험을 앞둔 낮 12시 34분과 39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두 발 발사했다. 문 대통령은 SLBM 발사시험을 참관한 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며 직접 ‘도발’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자 김여정은 같은 날 담화를 내고 “남조선(한국)의 문 대통령이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방을 헐뜯고 걸고 드는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또 김여정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관계 없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이라며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여정의 지난달 24일 담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한미가 북한에 대한 ‘이중잣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에도 한반도의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발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17분쯤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SLBM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번 탄도미사일은 고도 약 60㎞, 사거리 약 590㎞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포는 북한이 ‘북극성-4·5ㅅ’ 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3천200t급)을 건조 중인 장소다. 군 관계자는 “최근 해당 지역(신포)에 대해 관련 동향이 있어서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 공조하에 면밀히 예의주시해왔다”며 사전에 발사 동향을 인지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최근 새로운 SLBM을 잇달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날 발사는 기존의 SLBM이 아닌 신형 시험발사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탐지된 사거리 등을 볼 때 지난 11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등장한 ‘미니 SLBM’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SLBM은 점화 후 상승 시 중심과 방향을 전환해주는 용도의 보조날개를 하단부에 달았다.

뾰족한 탄두 등이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과 유사해 이를 수중 발사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에 공개된 ‘북극성-1형’, ‘북극성-3형’ 등 북한의 SLBM 계열 보다 크기가 작다는 점에서 대남 및 주일미군을 겨냥한 신형 무기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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