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비용 커졌는데 납품가는 못올려"..시름 깊어지는 중소기업

김지숙 2021. 10. 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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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철강과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설비 투자는 크게 줄었는데, 세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상품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중국과 인도, 유럽 등에서 전력난이 발생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겨우 찾아온 경기회복세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 문제 취재한 김지숙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원자재값 급등으로 기업들의 경기전망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는데요.

원자재 가격, 얼마나 오른 건가요?

[기자]

저희가 한 중소기업의 원자재 단가표를 입수했는데요.

같이 보시면요.

먼저, 강철 속의 산소를 없애는 데 쓰는 규소철 가격입니다.

지난해 1kg에 천5백 원 수준이었는데 이 달엔 4천9백 원, 3배 넘게 올랐습니다.

주물용 원료로 쓰이는 선철 가격은 58%, 합성수지 등 부재료 가격도 2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은 그동안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더 심각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이렇게 급등한 건 처음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20년 이상, 40년 이상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분들이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한금태/제조업체 대표 : "제가 46년 동안 이 사업을 해왔는데 한 번에 이렇게 원자재가 (가격이) 올라간 예가 없어요. 처음입니다. 그전에는 이렇게 뛴 예가 없었어요. 올라가도 10%, 15% 정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그냥 그렇게 올라가고 내려가고 이렇게 반복하면서 쭉 갔는데 지금은 한 번에 뛰어올랐습니다."]

[앵커]

이렇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기업들에겐 상당히 부담일텐데요.

특히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구요?

[기자]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매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원자재 값은 올랐지만 납품가는 그대로라 납품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소업체가 원자재를 구입할 때는 수시로 단가 설정을 해서 계약을 하는데요.

반면, 납품할 때는 연간 계약을 맺어서 하고 있습니다.

납품 단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올려달라고 하기도 쉽지 않고, 인상 요구를 하더라도 고객사가 응하지 않는 게 대부분입니다.

[앵커]

업계 구조 자체가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돼있는 거네요?

[기자]

네, 경기회복의 과실은 대기업이 비용 상승의 고통은 중소기업이 더 많이 받는 구조인 셈인데요.

실제 설문 조사결과를 보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데도 중소기업의 절반 정도가 납품단가를 전혀 올리지 못했고, '전부 반영'한 업체는 6.2%에 그쳤습니다.

또, 단가를 올리더라도 원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단가를 올리지 못한 이유로는 치열한 가격 경쟁과 거래 단절 등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앵커]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중소기업들, 더 버틸 순 있는 건가요?

[기자]

업계에선 물류비, 인건비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납품가를 올리지 않으면 더이상은 납품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건데요.

공장문을 닫는게 더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조현익/제조업체 대표 : "지금 같은 경우는 생산을 안 하고 문을 닫는 것이 피해를 덜 보는 그런 걸 종종 봅니다. 저희 주변 업체들도 몇 군데가 그러고 있어요."]

[앵커]

제도적인 대책은 없나요?

[기자]

납품단가 연동제, 들어보셨나요?

원자재가 변동에 맞춰 납품단가도 따라 오르내리는 제도인데요.

이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협상력의 차이 때문에 개별 중소기업이 행동하기는 굉장히 힘든 만큼, 이 차이를 메워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지숙 기자 (jskim8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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