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장사 벼랑끝" 세상과 이별하는 자영업자들

김명환,이진한,차창희 입력 2021. 10. 19. 18:03 수정 2021. 10. 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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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비 부채비율 239% 달해
"파산위기 자영업자 대책 절실"

◆ 당신의 생명은 소중합니다 ⑤ ◆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였다.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이후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장기화하면 벼랑 끝에 내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자영업자들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자 수는 6년 전 '3000명대'를 넘어섰고 매년 자영업자 자살자도 1000명에 근접하고 있다.

19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생활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이 3249명에 달했다. 이는 경찰이 관리하는 전체 자살자 수 가운데 25%에 해당한다.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자는 2010년 2327명이었지만 2019년 3564명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는 944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 경제난이 지속되면 2~3년 뒤부터 급증할 우려도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3월 195.9%였지만 불과 9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엔 238.7%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부채가 급격히 늘고 매출 회복은 더뎌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많아지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이들의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에 휘청인 자영업자, 심리적 후폭풍 밀려오면 무너진다

벼랑끝 자영업자에 관심을

긴 거리두기로 물적·정신 피해
몇년뒤 더 큰 고통 호소할수도

IMF외환위기 닥쳤던 1998년
극단선택 폭증하며 9천명 육박
35~59세 중장년층 66% 차지

금융위기 이듬해였던 2009년
1만5천명 비극적 선택 결정
개인 아닌 '가정 허리' 무너져
19일 광주 북구청 자영업지원센터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민생안정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코로나19까지 폭풍처럼 위기가 지나간 뒤 상처는 오래 남는다. 지표가 가리키는 경제가 회복돼도 위기 속에서 무너진 생활은 복원이 더디다. 국가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도 그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19일 매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외환위기 등 굵직한 충격을 거칠 때마다 극단적 선택을 택하는 사람은 전년 대비 40~60% 늘었다.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중·장년층의 피해가 컸다. 특히 위기의 한복판보다는 한풀 꺾인 뒤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꼽힌다. 1996년 한 해 동안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5959명. 1997년 들어 이 숫자는 6125명으로 늘었다가 이듬해인 1998년 8699명으로 급증했다. 1997~1998년 유례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자살자가 45.9% 늘어난 것이다. 특히 가정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35~59세 중·장년층이 66.2%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2002년 카드사태를 예로 들면 이 같은 추세는 확연히 드러난다. 2001년 당시만 해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연간 6968명이었지만, 이듬해 8665명으로 늘었다. 카드사태는 봉합돼 갔지만 2003년 극단적 선택은 1만973명으로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중·장년층 자살자 또한 55.1%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극단적 선택을 택한 사람은 1만2858명이었지만 이듬해인 2009년엔 1만5412명으로 늘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과감한 적자 재정을 편성하며 거시경제 위기로 전이를 막았지만, 온기는 아랫목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한 번 늘어난 극단적 선택은 2010~2011년 들어서도 연간 1만5000명을 넘겼다.

장진원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은 "외환위기와 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한국 40·50대 남성 자살률이 크게 높아졌듯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증가하는 것도 같은 경향"이라며 "한국은 자살자 수가 정점을 찍은 후 안정권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아직까지 극단적 선택이 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전체의 긴장감이 높아져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한다. 감염병, 지진, 전쟁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사회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국민이 합심해 난관을 돌파하려고 하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이 줄어드는 경향을 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자살자 수는 1만3195명으로 2019년(1만3799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번 어려워진 경제 상황이 쉽게 개선되기는 어렵다. 당장 정부 지원으로 생계는 해결할 수 있지만 한번 늘어난 빚은 정부가 해결해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집값 폭등,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전반에 미친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될 2~3년 이후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는 직장인과 금융업 종사자들이 극단적 상황에 몰렸다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는 경기 변동에 더욱 민감한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어 긴장감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이전 경험과 통계를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충격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 사무총장은 "지난 외환위기 당시 정신적 충격 및 스트레스 장애를 받은 청소년들이 현재는 성인이 됐다"며 "유가족 사후관리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국가적으로도 우울하게 지내는 게 건강에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겸임교수)은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해 자살을 고민하는 이가 많은데 정부 대책은 미흡했다고 본다"며 "자살 고위험군이 늘어날수록 지원·구제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김명환 팀장 / 이진한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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