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임상협 "큰 경기는 우리가!" vs 울산 이동경 "이번에는 우리가!" [ACL 동해안 더비]

황민국 기자 2021. 10.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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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인 ‘동해안 더비’가 아시아 무대에서 열린다. 정규리그에선 무려 170번을 맞붙은 이들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승자에게는 ACL 결승전 티켓과 함께 20억원이 넘는 상금도 주어진다. 8강전 승리의 주역이었떤 울산 현대의 젊은 피 이동경과 포항 스틸러스 베테랑 임상협은 자신들이 승자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 포항 임상협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컵을 꿈꾼다. 축구화를 벗을 시기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베테랑은 그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안다.

올해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부활한 임상협(33)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첫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20일 울산 현대와 ACL 4강전을 앞두고 있는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우승은 기회가 왔을 때 해야 한다. 3년 전 수원 삼성 시절 4강에서 탈락했던 아픔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임상협은 울산만 만나면 발동되는 포항의 승리 본능을 자신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만 따진다면 올해 리그 선두를 달리는 울산과 7위에 머물고 있는 포항은 큰 차이가 난다. 실제로 올해 상대 전적에선 1무2패로 열세다. 임상협은 “밖에선 열세라 생각할 수 있지만 스포츠에선 언제나 이변이 나온다. 토너먼트는 분위기 싸움이고, 이 부분에서 우리가 밀리지 않는다. 중요할 땐 우리가 항상 이기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이 ACL에서 보여주는 용병술도 포항 선수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미경 분석을 바탕으로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는 김 감독은 ‘한 번 진 상대에게는 또 안 진다’며 명성을 날리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0-3으로 패배했던 나고야 그램퍼스와 8강에서 다시 만나 거꾸로 3-0으로 제압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중요한 승부에서 흔들리지 않는 베테랑 비중이 울산보다 많은 것도 자신감을 준다. 임상협은 “감독님이 짚어주는 맞춤 전술의 핵심 포인트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며 “울산은 젊은 피가 주류지만, 우리는 (오)범석이형과 (신)광훈이형 등 믿음직한 베테랑이 많다. 베테랑의 경험과 노하우가 승패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협 본인도 울산의 심장을 노릴 든든한 베테랑이자 해결사다. 그는 지난해 수원에선 벤치 멤버였지만 올해 포항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그야말로 회춘에 성공했다. 올해 K리그1에서 10골을 비롯해 ACL 4골, 대한축구협회(FA)컵 1골 등 15골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것이 그 증거다. 임상협은 “확실히 난 포항과 궁합이 좋다. 골만 많이 넣은 게 아니라 슈팅(29개) 대비 득점(10골) 비율도 가장 높다”며 “울산을 상대로 얼마든지 골을 넣을 준비가 됐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임상협은 ACL 우승컵을 들고, 재계약에 서명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포항이 울산을 꺾는다면 11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ACL 결승전을 치른다. 임상협은 “남들은 기대를 받는 게 부담일지 모르지만, 난 즐긴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유독 ACL에선 좋은 기억이 많은데, 반드시 우승컵까지 들어올려 ACL 사나이라는 별명도 없고 싶다. 아직 나오지 않은 재계약 이야기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 울산 이동경

프로축구 울산 현대 선수들은 ‘동해안 더비’에 아픔이 많다.

단순히 역대 전적에서 근소한 열세(57승51무62패)인 것을 떠나 최근 몇년간 중요한 순간에 무너진 아픔이 있어서다. 특히 2019년 K리그1 최종전에서 포항에 1-4로 패배해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친 악몽은 여전히 회자될 정도다.

울산 미드필더 이동경(24)은 19일 기자와 통화에서 “세월이 흘러도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올 경기”라면서 “그 패배에도 우리를 계속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당시의 아픔을 제대로 되갚을 때가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전에서 포항을 꺾고 결승행 티켓을 따내겠다는 의지다.이동경의 패기는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눈부신 활약에서 나온다. 원래 득점을 노리는 공격보다는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그이지만, 최근 왼발에서 터지는 슛으로 해결사 노릇까지 해내고 있다. 또 다른 적수인 전북 현대와의 ACL 8강전에서 연장 전반에 터진 결승골이 그랬다. 당시 장면을 떠올린 이동경은 “공만 잡으면 자신있게 차려고 한다”고 활짝 웃었다.

그렇다고 이동경이 골을 욕심내는 것은 아니다. 올해 K리그1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은 이동경을 비롯해 김태환과 이동준, 조현우, 홍철 등 국가대표 선수가 즐비한 강팀이다. 울산은 지난해 ACL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다. 이동경은 “내가 욕심낼 필요도 없이 우리 팀은 경기만 잘 풀어가면 이길 수 있다”면서 “90분 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득점도 나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이 가을이면 울산이 무너진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런 의심을 이번에 다 지우겠다”고 강조했다.

라이벌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상대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았다. 올해 K리그1에서 세 차례 만나 2승1무로 앞섰지만, 일말의 방심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다. 포항을 만날 때마다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 부분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 이동경은 “(임)상협형이 ACL 8강전에서 보여준 두 골은 인상적이었다. 팔라시오스도 우리를 상대할 땐 위협적”이라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경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방침에 따라 동해안 더비가 열리는 전주를 약속의 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남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북의 안방인 이 곳에서 승리한 기억이 없었으나 올해는 2전 전승으로 웃었다. 이동경은 “동해안 더비가 전주에서 열리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며 “전주에서 기분 좋은 기억을 안고 ACL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 약속의 땅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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