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반도체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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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산유국들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때가 있었다.
반도체가 지정학적 핵심 변수로 부상 중이니 말이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한국·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면 '지정학적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근거를 댔다.
그가 제기한 '반도체 지정학'은 이런 상황를 타개하자는 명분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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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한때 세계경제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제조업 중심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쌀'이 철강이라면, 이를 활용해 밥(제품)을 짓는 땔감이 주로 석유였기 때문일 듯싶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도하는 정보화 시대에는 반도체가 곧 쌀인 모양이다. 반도체가 지정학적 핵심 변수로 부상 중이니 말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와중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일본·대만 간 '반도체 동맹' 결성 움직임도 그 일환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간) 반도체 미국 현지 생산론을 설파했다. 즉 "석유 매장지는 신이 정했지만, 반도체 공장은 우리가 정해야 한다"면서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한국·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면 '지정학적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근거를 댔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세계 반도체 공급의 70%를 차지하고 미국산 생산 비율은 12%에 그친다. 그가 제기한 '반도체 지정학'은 이런 상황를 타개하자는 명분을 내세운다. 구체적으론 조 바이든 정부와 의회에 약 59조원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압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그가 내세운 '한국·대만 불안정성'이 우리나라에 부정적 파장을 몰고올 소지도 없지 않다. 지정학적으로 대만엔 '차이나 리스크', 한국엔 '북한 리스크'를 전제한 주장이어서 그렇다. 자칫 미국 조야 일각에서 우려하는 문재인정부의 '중국 경사론'과 맞물릴 경우 경제뿐 아니라 한미동맹에도 악재가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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