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누리호 발사대로..발사 하루전 5분 간격 촘촘한 일정

서동준 기자,고재원 기자 2021. 10.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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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인증모델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대에서 기립시험 중인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발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발사 현장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1년 7개월 동안 개발한 누리호 엔진과 37만 개의 부품들은 모두 조립돼 발사 하루 전인 20일 발사대로 이송된다.

발사 이틀 전인 19일 누리호는 이송 준비를 끝마쳤다. 이날 누리호는 나로우주센터 내 신축조립동에서 약 50m 떨어진 구조립동까지 설치된 레일 위로 매우 천천히 옮겨졌다. 원유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종합팀 책임연구원은 “누리호의 조립은 신축조립동에서 이뤄졌지만, 발사대까지 옮겨 줄 ‘모바일 트랜스포테이션 유닛(MTU)’이라는 특수차량에 싣는 작업은 구조립동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라며 “누리호 운반 시 가해지는 하중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천천히 운반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누리호를 MTU에 싣는 작업도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두 대의 크레인이 누리호를 매달고 같은 속도로 서서히 들어 올렸다. 이른 오전에 시작한 작업은 오후 3시 30분경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로써 발사대로 향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발사 하루 전인 20일 오전 7시 10분 누리호는 구조립동을 떠난다. 연료와 산화제를 채우지 않은 빈 상태에서 MTU에 실려 누운 상태로 이동한다. MTU는 약 1.8km에 달하는 거리를 시속 약 1.5km의 속도로 이동한다. 발사대까지 가는 도로는 몇 차례의 커브를 따라 오르막길로 돼 있다. 이 도로는 누리호 이송을 위해 도로 폭을 기존보다 약 3분의 1가량 넓히는 작업이 진행됐다. 기존 도로로는 길이 47.2m, 최대 폭 3.5m의 누리호를 이송하기 위한 회전 반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MTU에 달린 수십 개의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도 이뤄졌다. 

이 도로를 약 1시간을 넘게 이동하면 발사대에 도달하게 된다. 그곳에는 푸른빛의 제1 발사대와 초록색의 제2 발사대가 우뚝 서 있다. 제1 발사대는 2013년 나로호(KSLV-Ⅰ) 발사를 위해 러시아 연구진이 건설해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에도 사용됐다. 그러나 누리호는 나로호보다 두 배가량 커져 더 큰 발사체가 필요했고, 이에 1.5배가량 큰 제2 발사대를 건설됐다.

제2발사대 역시 누리호와 마찬가지로 한국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건설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연구진 13명은 제1 발사대를 건설한 러시아 연구진 곁에서 결정 과정을 비롯한 노하우를 습득해 이번 제2 발사대 건설에 녹여냈다. 현대중공업 등 협력업체 60여 명과 함께 건설한 제2 발사대는 제1 발사대와 다르게 ‘지상고정장치(VHD)’와 ‘엄빌리칼 타워’가 추가됐다.

발사대에 도착한 누리호는 기립 장치인 이렉터에 실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이때 기립한 발사체를 세밀하게 조정해 발사대 하단에 만들어진 4개의 지상고정장치에 고정하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VHD는 발사체를 붙잡고 있는 장치로 엔진이 최대 추력에 도달했을 때 고정을 해제한다. 이 과정에서 4개의 VHD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발사 전날 오전에 이 과정이 모두 진행된다.

발사 전날 오후에는 누리호의 탯줄이라 일컫어지는 엄빌리칼 연결 작업이 시작된다. 엄빌리칼은 발사체에 추진제와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다. 고체연료 발사체는 로켓 안에 미리 추진제를 넣어놓을 수 있지만 누리호와 같은 액체연료 발사체는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조립동에서 빈 상태로 올라온 누리호는 엄빌리컬 타워에서 액체연료를 넣어 준다. 2단에 고체연료를 탑재했던 나로호에는 사용되지 않은 기술이다. 

엄빌리칼 타워의 높이는 약 48m로 누리호 길이인 47.2m와 비슷하다. 총 5층으로 돼 있으며 탑재체를 위한 공조 엄빌리칼, 전기 공급 엄빌리칼, 추진제를 공급하는 유공압 엄빌리칼 등으로 구성된다. 

누리호에 각종 케이블이 연결되면 연결이 제대로 됐는지를 따지는 기밀 시험을 거치고, 통신 시험과 발사체 추적 시스템도 점검한다. 원 책임연구원은 “발사 전날 일정은 5분, 10분 단위로 매우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며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 모르지만 저녁나절에 예정된 일정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누리호 발사대 인증시험 당시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서동준 기자,고재원 기자 bios@donga.com,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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