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입고 백신 접종하는 아프간..가슴 저미게 하는 한장의 사진

정지섭 기자 입력 2021. 10. 19. 17:21 수정 2021. 10.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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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부르카 입고 소아마비 백신 접종 장면 인스타에 올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축출하고 권력을 잡은지 두 달이 넘었다. 자유롭게 사회생활을 하고 학교에 다니던 여성과 소녀들이 다시 집으로 쫓겨들어가고, 곳곳에서 인권탄압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 나라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이 공개됐다. 유니세프 아프가니스탄 지부는 18일(현지시각)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의료진으로 보이는 여성 세 명이 3~4살 쯤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의 곁에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한 여성이 아이의 손가락에 표시를 하고 있다.

유니세프 아프간 지부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어린아이 소아마비 백신접종 사진. /유니세프 아프가니스탄 인스타그램.

사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한 아이의 손가락에 접종완료 표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니세프는 이 사진에 곁들인 설명 글에서 “탈레반 지도부가 아프간 전역에서 집집마다 소아마비 백신 접종하는 것을 재개하도록 도와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며 “백신 퇴치를 위한 커다란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세프와 WHO(세계보건기구)는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 결정은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국제기구가 탈레반에게 고마움을 공개적으로 표한 셈이다.

사진 속에서 아이보다 더 눈에 가는 것은 백신 주사를 놓고 있는 여성들이 쓴 전신가리개 부르카다. 히잡이나 아바야 등과 달리 온몸을 천으로 가리는 부르카는 가장 강도가 높은 이슬람 여성 복장이다. 그래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여권 탄압의 상징으로도 인식돼왔다. 탈레반은 아프간 1차 집권기(1996~2001)에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일절 금지하고 외출시 부르카를 입고 남성 가족을 동반하도록 강제했다. 지난 8월 탈레반이 20년만에 다시 아프간을 장악하자 공포에 질린 여성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시적으로 사재기 현상과 가격 폭등 현상도 일어났다는 현지인들의 증언까지 나왔다.

탈레반 치하가 아니었더라면 이 여자아이는 의료가운이나 활동복을 입은 어른들과 눈을 마주하면서 백신을 접종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체제가 계속된다면 이 아이도 어른들처럼 부르카를 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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