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실용주의..금융 낙하산 나쁘게만 안봐"

문일호 2021. 10. 19.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관치금융이지만
실질을 중시하는 모습에 신선
대가들 책 읽는게 가장 행복
CEO·직원 한몸 '아메바론' 주장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공무원이 됐던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은 한국 금융의 혁신보다는 일단 생활고라는 현실에 직면한다. 1984년 당시 공무원 월급은 20만원. 삼성전자가 50만원을 받던 시대이기는 하지만 일단 개인적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였다고 김 회장은 회상했다.

유학을 꿈꿨지만 영미권으로 가려면 최소한 10년의 공무원 경력을 요구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김 회장은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공부한 프랑스어를 계기로 프랑스 국립행정대학원을 택한다. 마침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프랑스 정부가 한국인 유학생에 대해 입학 쿼터(할당)를 시행했고, 김 회장은 생각보다 손쉽게 파리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그는 "국립행정대학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위주로 학생들을 받았는데, 때마침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한 덕분에 입학 허가를 받게 됐다"며 "당시 국가에 대한 고마움으로 공직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 눈에 프랑스는 강력한 관치금융을 시행하는 나라였다. 그에게 프랑스는 교육에 대해 공평한 기회를 주고, 이런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인재들을 금융사 CEO로 적재적소에 임명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다가왔다. 김 회장은 "프랑스에는 '낙하산'이라는 말 대신 '팡투플라주'라는 말을 쓴다"며 "공직을 떠나 사기업으로 옮긴다는 의미도 있지만 '천천히 걷는다'는 다소 긍정적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모든 금융정책 역시 형식적인 제도보다는 실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프랑스를 관치금융이 횡행하는 나라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김 회장은 국가 최고의 인재를 관에서 양성해 사기업으로 보내는 곳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회장은 프랑스는 물론 중국, 일본 등 각국 대가들이 쓴 책들을 읽는 것에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 회장의 시기별 경영 스타일은 책으로 요약 정리가 가능한데, 2018년 이후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은 단연 '왜 사업하는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회장이다. 사실 교세라 회장의 '아메바'론은 김 회장이 재임하던 시절 농협금융지주의 '디지털 아메바 운동'으로 이어진다. 핵심은 회사 직원과 CEO가 같은 생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다. 요즘엔 중국 작가가 중국 역사와 미래를 상상해 쓴 우주 대하소설 '삼채'에 푹 빠져 있다.

김 회장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스템의 경우 등기 확인 등 대면으로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 너무 많다면서 이를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전환 등 고객 친화적 서비스 덕분에 농협금융지주는 작년에 2조원(농업지원사업비 차감 전 기준)의 순익을 올렸다. 우리금융(1조9000억원)을 제치고 사실상 국내 '빅4'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문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