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급 잠수함에서 '미니 SLBM' 발사 유력"..신형 내세워 '이중기준' 테스트
[경향신문]
북한이 19일 오전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군은 단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올 들어 8번째로, 지난 1월 당대회에서 밝힌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미·일 등의 대북공조 강화 움직임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미사일 발사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래급 잠수함에서 미니 SLBM 발사
합참은 이날 “(탄도미사일) 제원과 특성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며 “고도 60㎞ , 사거리 590㎞ 정도”라고만 밝혔다. 북한이 신형 ‘미니 SLBM’을 기존의 고래급 잠수함에서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것이 맞다면 북한 잠수함이 SLBM 수중 사출 방식으로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셈이다. 남측에선 지난 9월 15일 문재인 대통령 참관 하에 세계 7번째로 SLBM의 잠수함 시험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2015년 SLBM인 ‘북극성-1형’을 수중에서 시험발사해 성공했다. 2019년 10월에는 콜드론칭(수면 사출 후 점화) 방식으로 ‘북극성-3형’의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시엔 잠수함 발사가 아니라 일종의 바지선과 같은 구조물을 설치해 수중 발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은 이번에 구형 로미오급 개조 잠수함인 고래급(2000t급)에서 SLBM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이 북극성 4형이나 5형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3200t급 개량형 잠수함을 아직까지는 진수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신포에서 ‘북극성-4·5ㅅ(수중)’형 SLBM 탑재가 가능한 32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다.
북한은 이날 기존 SLBM이 아닌 신형 소형 SLBM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존의 북극성 시리즈 SLBM보다 상대적으로 정점 고도가 낮고 사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신형 소형 SLBM인 ‘미니 SLBM’을 첫 공개했다.
대남 공격용으로 추정되는 미니 SLBM은 직경이 1m 미만으로 북한이 2014~2016년쯤 최초로 제작한 SLBM인 북극성-1형보다 작다. 이 SLBM은 점화 후 상승시 중심과 방향을 전환해주는 용도의 보조날개를 하단부에 달았고 수중 콜드론칭 발사 시 엔진 보호를 위한 엔진 덮개도 포착됐다. 뾰족한 탄두 등이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과 유사해 이를 수중 발사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군 정보당국은 추정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기존의 북극성 계열 미사일은 아닌 듯하다”며 “전시회에서 보인 소형 SLBM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수중)’형, 지난 1월에는 ‘북극성-5ㅅ(수중)’형을 공개했다. 북극성 3형은 2019년 바지선에서 발사 당시 450㎞ 날아갔지만 고각발사로 상승 고도가 910여㎞여서 실제 사거리는 2500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미·일 공조 강화에 ‘이중기준’ 테스트
이번 시험발사는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력 강화를 위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만 8차례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면서 핵무기 소형화·다종화·정밀화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왔다. 이를 위한 구체적 과업으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를 직접 거론한 바 있어 SLBM 발사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워싱턴과 서울에서 각각 한·미·일 3국의 북핵 수석대표와 정보기관 수장이 회동을 가진 날에 맞춰 극적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일본 내각 정보관 3국 정보수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18,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연쇄 북핵 수석대표 협의도 진행됐다. 성 김 대표는 오는 23일 서울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관련 주요 사안을 추가 협의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둘러싸고 대북공조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자 북한이 이중기준에 대한 한·미·일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등을 통해 종전선언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측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는 ‘이중기준’과 한·미연합훈련으로 대표되는 대북 적대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번 발사를 도발로 규정할 경우 이중기준이라고 비난하며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 박은경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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