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감' 뒤 국민의힘으로 돌아온 '돈다발 사진 진위' 논란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이재명 국감’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직폭력배에게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근거로 제시한 돈다발 사진의 진위를 둘러싸고 19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이 사진이 가짜라는 반박 증거를 제시하며 “국민의힘은 저열한 공작정치를 중단하라”고 역공했다. 국민의힘은 사진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제보는 진실일 수 있다고 맞섰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감에서 수십억원을 ‘푼돈’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여진이 이어졌다.
김용판 의원은 지난 18일 행안위의 경기도 국감에서 성남 국제마피아파가 2015년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에게 20억원 가까이 지원하는 대가로 성남시 관련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장이라는 박철민씨의 자필 사실확인서, 진술서, 이 후보에 전달됐다는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여당은 이 사진이 가짜라며 같은날 국감 종료 직전까지 국민의힘을 몰아붙였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박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2018년 1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렌터카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며 돈다발 사진을 올린 게시물을 반박 증거로 제시했다. 돈다발 앞에 렌터카 업체 이사 명함이 놓여 있는 사진으로 김 의원이 공개한 사진과 똑같았다. 사진 속 명함에 적힌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의 ‘롯데스카이라운지’라는 주소도 박씨가 이 후보에게 돈이 건네졌다고 주장한 시점인 2015년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유흥주점 ‘팡세’라는 간판이었는데 2019년에야 롯데스카이라운지로 변경된 것이다.
여당은 1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공작 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맹공에 나섰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반나절도 가지 않아 김 의원이 공개한 돈다발 사진은 해당 조폭이 자신의 SNS에다가 번 돈이라고 올린 사진으로 밝혀졌다”며 “국민의힘은 저열한 공작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윤리위원회에 김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에게 제보한 박씨와 장영하 변호사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도 이날 SNS에 “국민의힘은 국감을 허위 날조의 장으로 만든 데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즉각 국민께 사죄하기 바란다”며 “아울러 김 의원도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했다. 또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악용해 가짜정보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은 의정활동이 아닌 범죄행위”라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면책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SNS에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김용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김 의원이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임 시절 국정원 댓글 공작이 없었다는 허위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용판 당시 청장이 허위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건 역사적 사실”이라며 “김 의원이 이번 국감을 통해 잘못에 대한 반성이 없으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한다는 교훈이라도 얻었으면”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사진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이 후보가 국제마피아파에 연루되어 있다는 제보 자체는 진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국감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진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박씨의 진술서는 매우 구체적이다. 자신의 명예를 걸고 진실이 맞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진술서 진위는 함부로 의심할 수 없다”며 “상당 부분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판 의원도 이날 행안위의 서울시 국감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실체는 명백하다”면서 “지금 돈다발 사진으로 (여당이) 문제제기를 하지만 본체는 제보자가 진술서의 진정성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수천만원을 ‘잔돈’, 수십억을 ‘푼돈’이라고 표현한 것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은 전날 이 후보에게 “계속 돈 받은 자가 범인이라고 하시는데 몇천만원 잔돈 받은 사람, 몇십억짜리 푼돈 받은 사람을 저는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목돈 받을 사람이 범인이겠죠”라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이 의원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받아 챙긴 50억원을 푼돈이라고 했다. 역시 부정부패 스케일이 다른 국민의힘다운 발언”이라며 “국민적 공분을 산 50억원이 어디 푼돈이냐”고 비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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