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복비' 시행 첫날..인하 효과에 의문도
[경향신문]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최대 절반까지 낮아지는 개정 규칙이 시행되면서 소비자들과 중개업계 반응이 엇갈렸다. 소비자들은 발 빠르게 바뀐 체계에 맞춰 협의에 나선 반면, 중개업계는 거래절벽 속 수입 감소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 규칙 시행에도 실질적인 수수료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이 시행됐다. 6억원 이상 매매와 3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에서 중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에 따라 9억원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중개수수료 상한은 기존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내려간다. 같은 금액 임대차의 경우 중개수수료 상한은 720만원에서 360만원이 된다.
소비자들은 개정 규칙 시행일을 기점으로 수수료 협의에 나서는 등 규칙 개정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6억원에 가까운 아파트 전세를 계약한 A씨는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계약 날짜를 개정 규칙 시행 이후인 19일로 변경하려 했다. A씨는 중개사와 협의 끝에 기존 요율 0.4%(약 240만원) 대신 개정 규칙에서 정한 0.3%(약 180만원)를 적용해 약 60만원을 아꼈다.
업계에 따르면 개정 규칙이 시행되기 직전까지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매도·매수인이 거래를 미루는 추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0월 들어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적용되는 시점 등을 두고 문의글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수료 개편 시행일을 앞두고 거래가 진행될 때도 바뀐 요율 체계에 따라 수수료를 조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협의하곤 했다”며 “상한요율이 낮아졌으니 앞으로 소비자들은 수수료를 더 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사들은 수수료 수입 감소를 우려했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개정 규칙 영향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안 그래도 거래가 없는데 수수료까지 낮아지니 업계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9억원 이상 매매거래에선 상한요율 0.9%가 아니라 0.5~0.7% 수준으로 협의해 받아온 만큼 체감하는 수수료율 변화는 크지 않다”면서도 “최근 매매거래가 거의 없어 중개업소가 어려운 데다, 중저가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지역의 중개사들은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가 예상을 밑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전 체계에서도 고가 주택일수록 최고 요율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개사가 개정된 요율을 상한으로 적용한다면 실질적인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정 규칙에서 정한 중개수수료 요율은 공인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최대치로, 계약 시 의뢰인과 중개사가 협의해 구체적 요율을 정하게 된다. 협상 과정에서 중개사와 소비자 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개정 규칙 시행을 두고 중개업계 반발도 이어져 제도 안착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는 이달 중 법원에 개정 규칙을 무력화하는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이후 헌법소원 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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