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의 변천사와 미처 몰랐던 진실

매거진 입력 2021. 10. 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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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 왜, 다시 벽돌인가?_ 1편

기술 발전과 유행에 따라 벽돌은 시대별로 다르게 쓰였다. 국내 벽돌의 발전사와 트렌드, 생산부터 가공, 유통, 그리고 현장에서 조적되기까지.


*이번 기사에 소개하는 벽돌은 시멘트벽돌을 제외한, 흙을 원료로 한 점토벽돌에 한정한다.


적벽돌의 시대


1970년대 도심의 많은 집들이 적벽돌을 쌓아 지어졌다. 이때의 벽돌은 구조체인 동시에 조적 마감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약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동일한 컬러만 사용되었고, 벽돌 크기 역시 차이가 없었다. 옛날에 쓰던 가마에서 나온 울퉁불퉁한 질감의 변색벽돌, 무늬와 광택을 입힌 오지벽돌. 완자무늬 등을 입힌 라운드벽돌 등이 주로 쓰였다. 이들은 근대화 이후 콘크리트에 밀려 자취를 감추다 90년대 다시 등장한다.

백토벽돌의 등장


붉은 벽돌 일색이었던 집짓기 시장에 백토가 등장하면서 아이보리, 회색, 갈색 등으로 컬러가 다양해졌다. 이때부터 조적이 곧 골조가 되는 방식을 벗어나 콘크리트 또는 목구조에 벽돌 조적이 독립적으로 서 있는 외피 개념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또한 수작업으로 구워내던 과거의 재래식 가마가 고온 압축 기술을 탑재한 대형 터널식 가마로 변경되며 대량 생산도 가능해졌다.

유약벽돌의 컬러


타일 같은 표면의 벽돌. 즉 일반 붉은 벽돌에 유약을 발라서 구운 벽돌이다. 표면의 유약이 녹아 자기질화 되어 도자기 같은 표면을 가진 종류도 있다. 80년대 이후부터 시작해 2000년대 많이 쓰이다 지금은 인기가 다소 떨어졌다. 일반 점토벽돌과 달리 먼지와 오염 등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 관리가 쉽다는 후기도 있지만, 벽돌 본연의 재료인 흙의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재료다.

고벽돌 전성시대


고벽돌은 수백년 전부터 이미 시공된 건물에서 털어낸 사용감이 남은 오래된 벽돌이다.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표면에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어 빈티지한 멋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대부분 중국의 청도, 대련, 심양 등지에서 수입되고 있어 강도나 수분 흡수율 등을 따질 수 없지만, 인기에 따라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벽돌회사에서 점토벽돌 표면에 후가공을 통해 고벽돌 느낌을 내는 벽돌들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 색상에 따라 홍고벽돌, 청고벽돌, 백고벽돌로 구분된다.

모노톤ㆍ롱브릭 다변화


북미의 벽돌산업협회 BIA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벽돌 키워드는 ‘흰색과 회색 위주의 무채색’과 ‘얇은 벽돌’이다. 주거 용도로 오프화이트 컬러가 눈에 띄게 늘었고, 이 제품이 주로 야외 주거 공간인 데크, 파티오, 선룸 등에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마사토나 고령토를 사용한 밝은색 벽돌이나 아주 짙은 그레이, 블랙 벽돌이 유행이다. 또한 190×90×57(㎜)의 기본 사이즈에서 벗어나 크기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는데, 특히 ‘롱브릭’이라 불리는 긴 벽돌의 인기가 높다. 그러나 길이가 긴 벽돌은 가공과 유통이 까다로워 그만큼 가격이 높은 편이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벽돌타일이나 시멘트벽돌로 대체하는 현장도 늘고 있다.



벽돌은 100% 흙으로 만든다?


벽돌은 점토, 백토, 황토, 고령토 등의 흙에서 불순불을 제외한 다음, 고온에서 구워 만들어진다. 자연재료인 흙을 반죽해 굽기 때문에 유해한 성분이 없어 친환경적인 자재로 인식되고 있다. 자가 노력으로 집을 짓던 시절, 흙을 틀에 넣고 압축한 다음 자연건조시켜 사용했던 벽돌은 온전히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최근에는 국내 생산업체의 80% 이상이 제작 과정에 여러 첨가물을 넣는데, ‘플라이 애쉬’로 불리는 재 성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석유나 연탄을 태우고 남은 잿가루이기에 완전한 친환경 재료라 하기 애매하고, 현장에서 가공할 때 부스러지질 정도로 벽돌의 강도를 낮춘다.

벽돌은 진짜 반영구적일까?

서울 시내 명동성당과 약현성당은 우리가 지금도 볼 수 있는 오래된 벽돌 건물 중 하나다. 더 거슬러 올라가 개항 이후 서양과 일본에서 들여온 주거 양식에서도 벽돌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들여오는 고벽돌만 봐도 수백년 전에 사용한 벽돌이라니, 벽돌 자체의 내구성은 타 건축재료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실제 국내 생산되는 벽돌은 1,150℃ 이상 고온에서 소성하여 최소 1백년 이상의 내구성을 지니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저품질의 수입 벽돌, 제대로 지키지 않은 시방, 관리 유지 능력의 부재는 벽돌의 수명을 줄일 수밖에 없다. 백화, 오염, 크랙 등 벽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하자들을 어떻게 막고 대처하느냐가 진짜 수명을 결정할 것이다.

벽돌은 진짜 지진에 취약할까?


조적벽이 지진에 취약하기 때문에 일본에는 벽돌 건물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도 70년대 지어진 벽돌 건물, 즉 연와조 구조의 건축물은 지진에 안전할 수 없다. 요즘은 주요 구조재는 따로 있고 벽돌을 외부 치장재로 쓰고 있는 조건에 내진설계도 법적으로 보완되어 있는 상황. 무게를 분산하는 설계 디테일, 지진 시 탈락을 방지하는 철물 등으로 대비하고 있다.

벽돌은 수분에 취약하다?


점토를 구워 만드는 벽돌은 태생적으로 작은 공극이 많기 때문에 물에 취약하다. 벽돌과 벽돌 사이를 이어주는 시멘트 모르타르 역시 수분을 빨아들인다. 밀도가 높고 잘 구워진 벽돌은 어느 정도 방수성이 있다고는 하나, 구조상 물이 흐르는 부위에는 기본적인 방수 밑 작업을 꼭 해야 한다. 또한, 구조체와 일정 공간을 띄워 시공하며 배수구와 통풍구 등 배수 디테일 등을 정확하게 시공해 보완해야 한다. 조적시공 후 발수제를 도포하기도 하는데 이는 벽돌에 따라 취사선택된다.

국내산보다 수입벽돌의 성능이 더 좋다?

유럽뿐 아니라 호주, 미국 등에서도 벽돌 자재는 활발하게 생산,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호주나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벽돌을 수입하는데, 무게가 워낙 무거워 물류와 파손 등의 문제로 국내 유통 가격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한 장에 1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특유의 질감과 다양한 컬러감, 특히 밝은 톤의 벽돌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주목을 끈다. 일부 현장 전문가들은 벽돌은 생산 지역의 흙을 사용하기 때문에 건조한 지역의 경우 제품 함수량이 국내 제품보다 높은 경우가 있어 내구성은 고민할 부분이라 말하기도 한다.

한 번 생긴 백화는 지워지지 않을까?


벽돌을 접착하는 시멘트가 시공 시 물에 녹아서 외부로 드러나거나 벽돌 내부로 침투했다가 마르면서 표면으로 이동해 하얀 자국을 남기는 것. 바로 벽돌의 골칫거리 ‘백화현상’이다. 모르타르 배합 때 생기는 1차 백화는 빗물이나 물청소로 쉽게 사라지지만, 공사하며 외부 물기로 생긴 2차 백화는 쉽게 지울 수 없다. 전용 세척 제품을 써야 하지만, 큰 면적을 지워야 하는 경우라면 전문업체의 손을 빌리는 편이 낫다.

애초 벽돌을 선택할 때 흡수율이 8% 이하인 제품을 사용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해야 하며 벽돌을 시공할 때는 장마철이나 겨울은 피한다. 모르타르가 양생되기 전에는 최소 이틀 이상은 비를 맞지 않도록 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좌)라돈씰 백화제거제 백화나 모르타르, 석회 침전물 등을 제거하는 클리너. 냄새가 없어 실내외 사용가능하다. (우)세이프인이지 백화제거제유해 성분을 제외한 고강도 유화제 제거 제품이다. 염분, 칼슘, 마그네슘 침전물도 제거한다.



취재_ 편집부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10월호 / Vol.272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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