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등봉 공원 민간 특례개발 특혜 논란

임성준 2021. 10. 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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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서 공개, 수익률 8.9% 보장 초과이익 환수 의문
제주시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제주도 제공
제주 제주시 오등봉 공원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도시공원 민간 특례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협약서가 공개되면서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19일 제주도의회 홍명환(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갑) 의원이 공개한 ‘제주시 도시공원(오등봉) 민간 특례사업 협약서’에 따르면 최초 사업제안 당시 수익률(8.91%)을 초과한 경우 수익분을 공공기여금 등으로 제주시에 무상기부하도록 했다.

공원조성사업비는 설계내역서 상 금액에 낙찰률(87%)을 적용하도록 했다. 특히 협약서에는 토지보상비나 원가 등 사업비 상승시 사업계획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업계획 변경으로 사업비 조정이 필요하면 분양가 재협의도 가능하도록 했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공원녹지법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공원 면적의 70% 이상을 조성해 행정에 기부채납하고 남은 부지에 공동주택 등 비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사업이다.

비공원시설 내 공동주택 설치가 주 목적이 아닌 시민들에게 여가·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도시공원조성이 주 목적이다.

◆토지보상가격 오르면 아파트 분양가 치솟을 수도

오등봉 도시공원 개발은 오등동 1596번지 일대 76만4863㎡ 부지 중 9만1151㎡에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67만3712㎡는 공원 등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사업이다. 시행사가 8161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15층, 1429가구 규모의 아파트 2개 단지를 짓는데 3.3㎡당 최초 분양가는 1650만원 가량으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85㎡ 기준 분양가는 5억원대다. 

토지보상 가격 상승으로 사업비가 오르면 덩달아 분양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시행사가 수익률 8.91%를 보장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협약서는 안동우 제주시장과 오등봉아트파크 주식회사가 공동 시행자로 명시됐다. 사업기간 동안 안 시장은 시행사의 자격이나 권리를 박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행정 처리 지연 등 협약에서 정한 시장의 명시적 의무사항을 정당한 이유없이 불이행하거나 위반한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사유로 정했다. 실시계획 인가 시점도 이에 포함된다.

제주시장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공사기간 연장시 그 기간만큼 사업 기간을 늘리거나 추가 비용에 대해 제주시가 보상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홍명환 의원은 “협약서는 야합을 통한 비리 발생의 소지와 공공이익을 위한 변경 가능성 등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며 “도시공원사업의 이익이 시민들에게 환원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제주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사업 제안서를 심사하고 결정했던 위원이 나중에 다시 검증용역에도 들어갔다”며 “자기가 결정해 놓고 다시 검증 용역에 들어와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는데 결국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보통의 경우 당연히 제척해야 된다고 보는데, 굳이 들어가서 검증 용역을 했다는 것은 검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찰하기 위함이 아니었겠나”라며 “검증 용역도 잘못됐을 수 있고 제안서 평가부터 잘못됐을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당초 오등봉공원 사업자가 제시했던 계획에는 총 1630가구가 들어서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심사 과정에서 1422가구로 줄었다”며 “문제는 1630가구가 들어선다는 사업계획 상의 비용이 8162억원인데, 200여가구 줄었는데도 사업계획은 8161억8000만원으로 고작 2000만원 차이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공원 조성 비용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의 제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홍명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홍 의원은 또 제주시가 국토교통부 표준협약(안)을 준용해 인가기한을 명시했다고 밝혔는데, 국토부 표준협약안은 ‘1년 이내’에 인가하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제주시는 실시계획인가 시점을 협약서에 명시한 것과 관련해 “2021년 8월 11일 오등봉공원 일몰기한 만료를 고려해 하루 전인 8월 10일로 명시한 것뿐이다”라며 “국토부 표준협약안에도 인가기한이 명시되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홍 의원은 “국토부 표준협약안에는 시행자로 지정받은 날(2021년 1월)로부터 1년 이내에 인가하도록 되어 있다”며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자 동의 후 공개와 관련한 비밀유지 협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 표준협약에는 비밀유지 조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성명을 내고 “2016년 ‘추진 불가’ 결정을 번복하고 재추진한 민간 특례사업에 대한 끝도 없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당은 “협약서 내용을 보면 사업 실시계획 인가 날짜를 확정하고, 그 날짜를 지키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제주시장이 책임지게 했다. 또 향후 5년간 상대방의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도 성명을 통해 “실시계획 인가 이전의 모든 절차가 요식행위였고 사업자와 제주시가 한 몸으로 제주도민을 농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주도의회가 즉시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고 퇴직 공무원의 무차별 로비로 이해할 수 없는 도의회 표결 결과가 나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제주시 “초과이익 100% 무상기부 조항 추가 반영”

고성대 제주시 도시건설국장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제주시가 초과이익 환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워킹그룹을 가동하고 감리단을 통해 건축비 부풀리기도 집중 점검한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추진 과정에서 사업 제안서를 평가했던 심의위원이 다시 검증 용역에 참여한 이른바 ‘셀프검증’ 논란과 관련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고 국장은 “제주연구원의 타당성용역 참여 연구원이 제안평가에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비공원시설 내 아파트 가구수가 1630가구에서 1422가구로 축소됐음에도 사업비를 줄이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주택건설사업 승인 이후에 변경이 이뤄지도록 협약돼 있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협약서상의 제주시장 귀책사유는 실시계획인가 등을 위한 각종 심의 등의 협의절차가 완료되었음에도 특별한 사유없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사항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시행사가 공공영역인 도시공원 내 아파트 건설로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협약서 변경까지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파트 규모는 토지보상이 끝난 2023년 이후에야 경관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확정된다. 당시 공사비를 적용해야 정확한 분양가와 분양을 통한 사업 총수익이 확정된다.

제주시는 이 과정에서 시행사가 공사비를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 단계부터 분양까지 이를 감시하고 검증할 워킹그룹을 가동하기로 했다. 감리단도 지명해 추가 검증도 진행한다.

김형태 제주시 도시계획과장은 “전국 62곳에서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사업이 완료된 타 지역과 비교해도 우리 협약이 행정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 100% 무상 기부 등의 조항을 추가 반영해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시는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거쳐 도의회 공유재산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2022년 12월까지 매입절차가 이뤄진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공원시설은 2022년 1월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비공원시설 내 아파트는 경관심의위원회와 주택사업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2023년 첫 삽을 뜬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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