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 자극하는 1만191년 우주 풍광.. 강렬 영상 '듄'

라제기 2021. 10. 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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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하는 티모테 샬라메 주연 '듄'
영화 '듄'은 1만191년 우주를 배경으로 장대한 서사를 펼쳐낸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눈이 호강한다. 수려한 화면이 넘실댄다. 어느 한 대목에만 공을 들인 게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155분 동안 화면이 눈을 맹렬하게 파고든다. 빼어난 영상미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압도적’이라는 수식이 어울린다. 2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 ‘듄’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다.

때는 1만191년. 황제가 우주를 지배하나 절대적인 힘을 지니진 않았다. 여러 유력 가문이 각자 세력을 형성하고 힘을 겨룬다. 황제는 권모술수로 가문들의 다툼을 부추겨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 중세 봉건주의와 비슷한 상황이다.

유력 가문 중 하나인 아트레이데스는 어느 날 아라키스 행성을 통치하라는 황제의 명을 받는다.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모래 행성 아라키스는 스파이스라는 신비한 물질이 유일하게 나오는 곳이다. 거대 생물체 모래벌레가 만들어내는 스파이스는 환각제인 동시에 에너지원이다. 스파이스가 있어야 우주 이동이 가능하다. 스파이스 채취는 가장 큰 이권이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에게 아라키스 경영은 기회이자 위기다. 스파이스 채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황제는 가문을 공격할 명분이 생긴다. 게다가 아라키스를 빼앗긴 라이벌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 가문이 호시탐탐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

모래 행성 아라키스는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주인공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티모테 샬라메)이다. 성년을 앞둔 그는 특별한 존재다.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여성 초능력 집단 베네 게세리트 출신이다. 폴은 강인한 성품에 예지몽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그는 아라키스에서 벌어질 일들을 꿈속에서 본다. 아라키스 원주민인 프레멘의 소녀 챠니(젠데이아)가 종종 등장하고 자신은 구세주로 묘사된다. 폴의 가족은 아라키스로 향하고 가문은 음모에 휘말린다. 폴은 비극을 딛고 모래언덕(듄·Dune)에서 새 삶을 개척하려 한다.

영화는 멀고도 먼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현대 지구를 불러낸다. 모래 행성 아라키스는 중동 지역, 스파이스는 석유에 대한 비유다. 아라키스 경영은 식민체제에 대한 메타포다. 폴은 식민지 피지배계층 프레멘과 손잡고 새 질서를 모색한다.

이야기는 고전적이다. 전형적인 영웅서사다. 특별하지 않으니 미래 우주라는 낯섦으로 흥미를 끌어내려 한다. 서사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영상이다. 컴퓨터그래픽(CG) 사용을 자제하고 세트를 만들어 여러 볼거리를 구현하려 했다. 사실적인 장면을 위해 요르단 남부 와디 럼 사막에서 4주가량 머물며 영상을 만들었다. 아이맥스 상영에 최적화하도록 촬영이 이뤄졌다. 디지털로 촬영해 편집한 영상을 네거티브 필름으로 옮기는 등의 작업을 통해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아날로그의 질감을 만들어냈다.

영화 '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 펴낸 동명 소설을 밑그림으로 만들어졌다. 소설은 6권으로 이뤄졌는데, 이번 영화는 1권 전반부를 그린다. 감독 드니 빌뇌브는 10대 때 읽은 이 소설을 오래전부터 스크린으로 옮기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빌뇌브 감독은 ‘그을린 사랑’(2010)과 ‘컨택트’(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등으로 독특한 화법과 남다른 영상미를 선보여 왔다. 전작들은 이번 영화를 위한 예행연습으로 보일 정도로 ‘듄’의 영상은 강렬하다.

영화는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라는 대사로 끝을 맺는다. 속편을 예고하는 말이다. 이번 영화만으로는 폴의 앞날도, 폴과 챠니의 관계도 명확히 드러나진 않는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속편에 대한 갈증이다. 속편은 제작수순을 밟고 있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는 '듄'의 흥행을 속편 제작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는데, 지표가 긍정적이다. 지난주 개봉한 일본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 1억2,900만 달러를 이미 벌어들였다. 빌뇌브 감독이 속편 각본 작업을 하고 있고, 내년 가을 크랭크인할 것으로 보인다.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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