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특사 교체..철군 혼란 문책성인 듯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임명돼 지난해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체결한 잘메이 칼릴자드 아프가니스탄 특사가 교체됐다. 조 바이든 정부가 아프간 미군 철군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의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할릴자드 특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면서 “미국인을 위한 그의 수십년간의 봉사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캠프에서 중동 정책을 맡아온 톰 웨스트 부특사가 임명됐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아프간 특사를 지낸 할릴자드는 2018년 트럼프 정부 때도 아프간 특사로 임명돼 지난해 2월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 협상을 이끌어냈다. 미국은 2021년 5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하고, 탈레반은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와 공동 정부 구성을 협상한다는 내용이 협상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미군 철수 시한을 못 박는 바람에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공동 정부 구상 협상은 지지부진해졌다. 탈레반은 지난 8월 아프간을 무력으로 재점령했고, 바이든 정부는 혼란스러운 미군 철군 과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카불 국제공항에는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인파들이 비행기에 애처롭게 매달렸고, 8월26일에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의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한 100여명이 숨지기까지 했다. 바이든 정부 지지율은 이달 들어 처음으로 40%대 아래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할릴자드가 3년 동안 탈레반과의 협상 대표로 재직하면서 미국 최대 외교 실패의 얼굴이 됐다고 전했다.
할릴자드는 블링컨 장관에게 보낸 사임 편지에서 “아프간 정책의 새 단계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지금이 물러나기에 적기”라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정치적 협의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는 너무 복잡하다. 직을 떠난 뒤 앞으로 내 생각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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