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응시료가 얼만데"..대학생들, '취준 준비'하러 아르바이트 뛴다

이상현 2021. 10. 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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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청년드림 JOB콘서트'에서 청·장년 구직자들이 기업 채용공고판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토익(TOEIC) 응시료가 5만원 조금 안 되거든요. 오픽(OPIc)은 8만원 정도에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생 A씨(25). 그의 동기들은 대부분 내년 2월 졸업을 앞뒀지만, A씨는 이번 학기에 휴학하기로 했다. 학부 생활과 병행이 어려운 인턴 등 대외활동 때문이 아니다. 취업준비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서다.

A씨는 "월세에 각종 공과금, 통신료를 내고 나면 한 달 치 밥값도 잘 안 나온다"며 "한창 취업 준비할 때 집중하려면 돈을 미리 벌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취업난이 맞물려 지속되면서 A씨 같은 대학생들을 두고 '취준준생'이라 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취준준생'은 '취업준비 준비생'을 뜻하는 표현이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앞서 필요한 비용이나 관련 정보를 마련하는데 젊은이들이 미리 시간을 투자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취업 준비 기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20대 7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 30.4%가 '현재 취준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의 경우 절반 이상(53.3%)이 자신이 '취준준생'이라고 답했다.

또 10명 중 7명은 취업 준비에 필요한 비용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준 기간에 아르바이트 등 기타 활동 병행이 어려울 것 같아서(36.1%) ▲취업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미리 마련하고자(35.3%) 등이 '취준준생'의 이유로 꼽혔다.

'취준 준비'를 하는 주요 방법으로는 ▲목표를 잡기 위해 업계 정보 탐색(73.7%, 복수응답)과 더불어 ▲아르바이트로 취준 비용 마련(65.4%)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7급 공채 제2차 필기시험이 치러지는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취준준생'이라는 말은 최근 들어 등장한 표현이지만, 그 개념이 아주 낯선 것은 아니다. 매경닷컴과 만난 대학생들은 "돈을 많이 들일수록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느냐"며 "결국 취업에도 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낮에는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밤에는 물류 포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B씨는 "취준생 사이에도 격차가 있는데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토익 응시료 5만원을 덜덜 떨면서 등록하는 사람과, 경험이라며 거진 매주 등록하는 사람을 비교해보라. 누가 더 노련하겠나"라며 "내년 2월까지는 계속 돈을 벌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 채용시험을 준비하며 축구교습 코치로 일하고 있는 20대 C씨는 "'공채를 1년 안에 끝내야지'라고 다짐해도 1년 치 생활비와 학원비는 벌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체력 시험을 대비해 체육관까지 등록하려면 벌어야 할 돈이 참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에 손을 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첫 시험에서 불합격하면 다시 또 돈부터 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 4년생 D씨는 "사회적으로 취준생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지 않느냐. 정말 불쌍한 건 취준생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우리"라며 "우리는 바닥 아래 바닥"이라며 웃었다.

한편 앞선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취준준생'이라고 꼽은 대학생의 80.5%는 현재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가장 부담스러운 준비 비용으로 ▲생활비(31.6%) ▲교육비(29.3%) ▲시험 응시료(23.3%) ▲면접 의상비(6.9%) ▲관련 서적 구매비(4.5%) ▲면접 교통비(3.0%) 등을 꼽았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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