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발전 10%' 시나리오..여당도 "재고" 요구한 이유는

김정수 2021. 10. 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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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원영 의원 "LNG 발전보다 환경성 낮아"
전문가들 "경제성 없어 해외에선 추진 안 해"
게티이미지 뱅크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18일 연료전지 발전 비중을 최대 10.1%로 잡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의결한 가운데 여당 내에서 연료전지 발전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업이나 수송용이 아닌 발전용 연료전지 시설 투자는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과정에 석탄 발전시설과 같은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19일 “수소 연료전지 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로 잘못 알려져 있다. 국내 연료전지 발전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연료전지 발전은 환경성과 경제성에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특히 “그레이 수소 연료전지 발전사업은 온실가스 배출은 물론 경제성도 떨어진다”며 정부에 “그린 수소 생산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해당사업은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요구했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개질수소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를 말한다.

연료전지 발전의 환경성과 경제성은 연료인 수소를 어떻게 조달하느냐와 직결된다. 양이원영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3메가와트(MW) 초과 연료전지 발전소 27개 가운데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그린 수소를 사용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사업을 준비 중인 나머지 3MW 초과 연료전지 발전소 169개도 마찬가지다.

양이원영 의원이 발전사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보니 천연가스(LNG)를 개질해 만든 그레이 수소 연료전지 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킬로와트시(㎾h)당 548g으로, 엘엔지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 389g/㎾h보다 1.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설비용량 3MW 이하 소규모 연료전지 발전소까지 포함해 모두 77개의 국내 연료전지 발전소에서 2020년 배출된 온실가스는 모두 190만톤이었다. 만약 발전사업 허가가 나간 169개 연료전지 발전소가 모두 설치돼 가동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6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연료전지 발전의 비경제성도 확인됐다. 한국남동발전을 비롯한 국내 5개 발전사가 양이원영 의원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연료전지 발전단가는 kWh당 200.2원이었다. 132.7원/kWh인 천연가스보다 67.5원, 1.5배 비쌌다. 지난해 연료전지 연간 발전량 3480기가와트시(GWh)를 모두 엘엔지 발전으로 돌렸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도 발전비용을 2천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이원영 의원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2040년 확충되는 연료전지 발전 설비가 무려 8GW에 달한다”며 “이 발전 설비를 모두 그레이 수소로 가동하면 국내 온실가스는 무려 2500만 톤이나 배출된다. 이런 식의 연료전지 발전은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도 오히려 후퇴되는 측면이 큰만큼 그린 수소 생산기이 마련될 때까지 해당 사업은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에너지 전문가들도 같은 이유로 연료전지 발전 확대 시나리오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연료전지는 당분간 10년 정도는 천연가스 개질 수소를 써야하는데 그렇게 하면 온실가스가 더 많이 나온다”며 “해외에서는 연료전지를 발전용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없는데 국내에서만 일부 업체와 산업부가 강하게 드라이브 걸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연료전지를 늘린다는 시나리오를 볼 때) 한국이 타 국가보다 정책적으로 앞선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가격이 비싸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레이 수소를 사용하든 그린 수소를 사용하든 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은 전력망의 변동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 탄소중립 상황에 근본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력계통 전문가인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다보면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할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연료비가 들어가는 연료전지부터 세울 수 밖에 없다. 또 기본적으로 순간적인 출력 증가와 감소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변동성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이 된 탄소중립이 달성된 상황에서도 경제성을 갖기 어렵다”며 “발전용 연료전지 투자는 결국 좌초자산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염광희 선임연구원도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 그린수소의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연료전지를 발전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려치 않고, 탈탄소 기술로서 그린수소 외의 해법이 없는 철강과 화학산업 공정에서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최우리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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