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스캔들로 광고 내린 유통업계, 로지·미켈라 대세되나
[경향신문]
가상 모델이 광고에 등장하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타들의 사생활과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 논란 등 리스크(위험)로부터 자유롭고 온라인에 익숙한 1020세대를 공략할 수 있어 기업들이 잇따라 가상 모델과 협업에 나서고 있다.
19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보험사 신한라이프 광고에 출연해 화제가 된 ‘로지’는 개성 있는 패션과,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캐릭터로,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만 10만명이 넘는다.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로지는 아모레퍼시픽, 마틴골프, 쉐보레 전기차 등 광고 계약만 8건을 맺는 등 올해 수입만 1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로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직접 가상 모델을 개발한 곳도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가상 모델 ‘루시’를 소개하며 쇼호스트로 육성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쇼호스트를 스타로 키우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스타가 된 뒤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상 쇼호스트는 이직을 하지도 늙지도 않는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해외에서도 가상 모델을 앞세운 마케팅이 활발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 모델은 브라질계 미국인인 ‘릴 미켈라’다. 미켈라는 샤넬과 프라다,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며, 2018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명으로 선정됐다. 2019년에는 삼성전자 갤럭시폰의 글로벌 광고에 나왔고 지난해 수익만 1170만달러(약130억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일본의 이마, 중국 화즈빙 등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가상 모델들이 기업들의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접목시킨 메타버스 컨텐츠가 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사회활동을 하는데 익숙한 1020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가상 모델의 입지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이 인플루언스에 쓰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달러(약 9조원)에서 2022년 150억달러(약 17조원)로 2배 가량 늘어날 전망인데, 그 중 절반 가량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점이 적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정확히 구현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시공간 제약없이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하다”며 “예측 불가능한 사생활 논란 등으로 갑자기 큰 돈을 들인 광고가 중단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A배우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져 그를 모델로 발탁한 10여곳의 기업들이 곤혹을 느끼며 갑자기 광고를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업계는 방탄소년단(BTS)이나 배우 윤여정씨처럼 신뢰성이 검증된 사람들에게 모델 제안이 쏠리거나, 가상 모델과의 협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상 모델이 사람 모델을 대체할 만큼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모델은 드라마와 영화, 음악, 예능 등 문화 컨텐츠 속 역할을 통해 소비자인 대중에게 스타로 각인된 사람들이다”며 “가상 모델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으로 사람 모델을 대체하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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