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치레도롱뇽, 허파가 없어 '한반도 기후변화' 못 견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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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주변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산다.
애초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꼬리치레도롱뇽은 니콜라이 포야르코프 주니어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 동물학자 등에 의해 2012년 실제로는 한 종이 아니라 4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 현재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주변 산악지대까지 이어지던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이면 백두대간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2070년이면 백두대간의 핵심 구역으로 더욱 움츠러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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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년까지 서식지 90% 사라질 가능성..남·북한 모두 법적 보호조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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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주변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산다. 알에서 깬 유생은 2∼3년 동안 개울에서 살지만 다 자란 도롱뇽은 오롯이 피부호흡만 하며 울창한 숲 계곡의 나무뿌리나 바위틈에서 살아간다.
애초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꼬리치레도롱뇽은 니콜라이 포야르코프 주니어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 동물학자 등에 의해 2012년 실제로는 한 종이 아니라 4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북한에 분포하는 종은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이란 새로운 이름의 신종으로 보고됐다.
긴 꼬리와 툭 튀어나온 눈이 독특한 양서류가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사는 고유종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 10년도 안 됐지만 곧 닥칠 기후변화로 사라질지 모른다. 더워지는 한반도에서 이 양서류는 살기에 적합한 서식지를 2070년까지 90% 이상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컴퓨터 모델링 결과가 나왔다.
신유철(강원대 생명과학부 4년생), 민미숙(서울대 수의대 박사), 아마엘 볼체(중국 난징임업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종 분포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8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이 양서류의 서식지가 2050년과 2070년에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했다.
그 결과 현재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주변 산악지대까지 이어지던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이면 백두대간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2070년이면 백두대간의 핵심 구역으로 더욱 움츠러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는 시나리오(RCP 6.0)에서도 2070년이면 이 도롱뇽의 적합 서식지는 90.1%까지, 최적 서식지는 98%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는 이 도롱뇽 성체가 피부호흡만으로 살아갈 울창한 숲과 유생 시절 자랄 수 있는 차고 용존산소가 풍부한 계곡물 등 서식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 저자인 신 씨는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강수 패턴이 불규칙해지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이 도롱뇽의 서식지가 급격히 파괴될 수 있다”며 “산림 벌채, 계곡 오염,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 변화 등은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도롱뇽이 처할 위협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일반적으로 양서류는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그중에서도 피부호흡을 하는 종은 더욱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연구에 참여한 아마엘 볼체 교수는 “꼬리치레도롱뇽과 이끼도롱뇽은 허파가 없기 때문에 기온이 조금만 변해도 가장 먼저 괴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줄더라도 백두대간을 따라 북한의 더 선선한 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혀갈 가능성은 없을까. 신 씨는 “모델링 결과 북한 지역이 이 도롱뇽의 서식에는 적합하지만 미래에 자연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서식지로 나타났다”며 “이동능력이 매우 떨어져 북쪽으로 상당한 서식지 이동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도롱뇽은 기온뿐 아니라 강수량, 토지 피복, 지형 등 여러 요인이 고루 맞아 떨어져야만 서식지를 넓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남한 백두대간은 이 도롱뇽의 피난처로서 보호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포획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것 말고는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해제된 뒤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북한에서도 이 고유종에 대한 특별한 보호조처는 없다”며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비해 보전등급 상향 조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용 논문: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002/ece3.815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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