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치레도롱뇽, 허파가 없어 '한반도 기후변화' 못 견뎌요

조홍섭 2021. 10. 19. 15: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백두대간의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주변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산다.

애초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꼬리치레도롱뇽은 니콜라이 포야르코프 주니어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 동물학자 등에 의해 2012년 실제로는 한 종이 아니라 4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결과 현재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주변 산악지대까지 이어지던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이면 백두대간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2070년이면 백두대간의 핵심 구역으로 더욱 움츠러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2070년까지 서식지 90% 사라질 가능성..남·북한 모두 법적 보호조처 없어
깊은 계곡의 나무뿌리나 돌 틈에 사는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젊은 성체. 긴 꼬리와 튀어나온 눈이 도드라진다. 신유철 제공.

▶▶ 애피레터 무료 구독하기 https://bit.ly/36buVC3
▶▶ 애니멀피플 카카오뷰 구독하기(모바일용) https://bit.ly/3Ae7Mfn

백두대간의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주변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산다. 알에서 깬 유생은 2∼3년 동안 개울에서 살지만 다 자란 도롱뇽은 오롯이 피부호흡만 하며 울창한 숲 계곡의 나무뿌리나 바위틈에서 살아간다.

애초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꼬리치레도롱뇽은 니콜라이 포야르코프 주니어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 동물학자 등에 의해 2012년 실제로는 한 종이 아니라 4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북한에 분포하는 종은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이란 새로운 이름의 신종으로 보고됐다.

긴 꼬리와 툭 튀어나온 눈이 독특한 양서류가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사는 고유종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 10년도 안 됐지만 곧 닥칠 기후변화로 사라질지 모른다. 더워지는 한반도에서 이 양서류는 살기에 적합한 서식지를 2070년까지 90% 이상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컴퓨터 모델링 결과가 나왔다.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2050년과 2070년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이 살 만한 서식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한 결과. RCP 시나리오는 숫자가 작을수록 즉각적이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신 외 (2021) ‘생태학 및 진화’ 제공.

신유철(강원대 생명과학부 4년생), 민미숙(서울대 수의대 박사), 아마엘 볼체(중국 난징임업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종 분포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8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이 양서류의 서식지가 2050년과 2070년에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했다.

그 결과 현재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주변 산악지대까지 이어지던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이면 백두대간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2070년이면 백두대간의 핵심 구역으로 더욱 움츠러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는 시나리오(RCP 6.0)에서도 2070년이면 이 도롱뇽의 적합 서식지는 90.1%까지, 최적 서식지는 98%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강원도 홍천의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 차고 맑은 계류와 울창한 숲이 필요하다. 신유철 제공.

그 이유는 이 도롱뇽 성체가 피부호흡만으로 살아갈 울창한 숲과 유생 시절 자랄 수 있는 차고 용존산소가 풍부한 계곡물 등 서식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 저자인 신 씨는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강수 패턴이 불규칙해지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이 도롱뇽의 서식지가 급격히 파괴될 수 있다”며 “산림 벌채, 계곡 오염,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 변화 등은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도롱뇽이 처할 위협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유생. 차고 산소가 풍부한 계류에서 2∼3년을 자라야 한다. 가뭄과 산림 벌채에 민감하다. 신유철 제공.

일반적으로 양서류는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그중에서도 피부호흡을 하는 종은 더욱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연구에 참여한 아마엘 볼체 교수는 “꼬리치레도롱뇽과 이끼도롱뇽은 허파가 없기 때문에 기온이 조금만 변해도 가장 먼저 괴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줄더라도 백두대간을 따라 북한의 더 선선한 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혀갈 가능성은 없을까. 신 씨는 “모델링 결과 북한 지역이 이 도롱뇽의 서식에는 적합하지만 미래에 자연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서식지로 나타났다”며 “이동능력이 매우 떨어져 북쪽으로 상당한 서식지 이동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도롱뇽은 기온뿐 아니라 강수량, 토지 피복, 지형 등 여러 요인이 고루 맞아 떨어져야만 서식지를 넓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남한 백두대간은 이 도롱뇽의 피난처로서 보호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번식기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수컷. 비대해진 뒷다리 끝으로 알주머니를 움켜쥐어 다른 수컷의 방정을 가로막는다. 발톱이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 진한 것은 이 도롱뇽의 특징이다. 이 도롱뇽이 동굴 하천에 산란한다는 사실은 박대식 강원대 교수가 2005년 처음으로 밝혔다. 민미숙 박사 제공.

그러나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포획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것 말고는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해제된 뒤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북한에서도 이 고유종에 대한 특별한 보호조처는 없다”며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비해 보전등급 상향 조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용 논문: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002/ece3.815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