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와 추 40-40 클래스..에이징 커브 아니라 에이징 V

이용균 기자 2021. 10. 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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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삼성 오승환 | 연합뉴스


야구는 점점 더 어린 선수들의 종목이 되어가고 있다. 투수들의 공은 점점 더 빨라지고, 빠른 공은 나이의 가장 큰 적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는 어린 선수들을 선호한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2019년, 메이저리그의 ‘정년’을 33세로 분석했다. 15년 전과 비교하면 33세 이상 선수들의 경기 출전은 60% 이상 감소했고, 25세 이하 선수들의 출전 경기는 20% 넘게 늘었다. 베테랑의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KBO리그도 비슷한 흐름을 따른다.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2014년 25세 이하 투수 중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24명이었는데, 올시즌 같은 조건의 투수는 47명이나 된다.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는 지난 겨울 33세 이상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다른 팀들 역시 시즌이 끝나기 전 33세 이상 선수들을 여럿 방출시키는 중이다.

‘에이징 커브’는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들의 전성기는 약 27~31세 정도로 계산된다. 투수들은 이보다 2세 정도 어린 기간(약 25~29세) 정도로 계산하는게 일반적이다. 에이징 커브는 전성기를 지난 어느 시점에선가 선수의 성적이 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곡선을 뜻한다.

33세를 정년으로 치는 시기에, 마흔살 투타 베테랑들이 KBO리그에 ‘40’이라는 특별한 이정표를 세웠다. 우리 나이 불혹을 맞아 뛰고 있는 1982년생 삼성 오승환과 SSG 추신수다.

오승환은 지난 19일 KBO리그 통산 8번째 ‘40세이브’의 주인공이 됐다. 8번 중 4번이 자신이 세운 기록이다. 요즘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는 점점 더 어려운 보직이 되어가고 있다. 언제 장타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리적, 체력적 부담감이 더 큰 자리다. 18일 기준 43세이브를 기록 중인 오승환은 일찌감치 구원왕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KBO 역사상 40세 이상 시즌 때 투수가 개인타이틀을 따낸 것은 2015년 임창용(당시 40세)이 33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른 것이 유일했다.

SSG 추신수 | 연합뉴스


추신수는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서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20홈런을 채웠다. 24도루와 함께 KBO리그 종전 양준혁의 기록을 넘어 역대 최고령 20-20 기록을 다시 썼다. 20홈런 자체가 대단한 기록이다. KBO리그 통산 40세 이상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린 국내 선수는 이승엽과 이호준 둘 뿐이다. 20도루는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곳이다. 전준호가 2008년 16도루에 오른 것이 역대 40세 이상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이었다.

오승환과 추신수가 ‘에이징 커브’가 무색하게 ‘에이징 V’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지독한 준비’ 덕분이다. 둘 모두 시즌 전은 물론, 경기 전에도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승환은 20대 초반 선수들보다 2배 가까운 무게를 들어 올리며 몸을 만든다. 삼성 투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오승환의 식단도 따라하는 중이다. 추신수 역시 SSG 선수 중 누구보다 먼저 나와 경기를 준비한다. 원정 선수들의 이른 준비를 위한 리그 시설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시즌 전부터 주장했다.

오랜 경험과 철저한 준비는 스피드를 채운다. 오승환은 이제 ‘돌직구’ 비율이 50%도 안되지만 여전히 23.9%의 삼진율을 자랑한다. 추신수는 2스트라이크 이후 볼을 골라낸 비율이 43.1%로 리그 전체 2위다. 야구는 힘과 스피드만으로 하는게 아니라는 걸, 마흔살 듀오가 증명한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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