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응답 세리머니에 코라 감독은 화를 냈다
[스포츠경향]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는 ‘시계 세리머니’ 시리즈다. 휴스턴이 먼저 불을 붙였고, 보스턴이 그대로 갚았다.
보스턴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는 19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ALCS 3차전 선발로 나섰다. 9-3으로 앞선 6회초 수비, 휴스턴 5번타자 카를로스 코레아가 2루 땅볼로 아웃되자 로드리게스는 코레아를 향해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 손목을 가리키는 ‘시계 세리머니’를 했다. 이번 시리즈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는 ‘잇츠 마이 타임 세리머니’다.
발단은 1차전이었다. 3-3으로 맞선 7회말 코레아가 보스턴 한스 로블레스로부터 좌월 결승 홈런을 때렸다. 코레아는 홈 플레이트를 밟으면서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며 ‘마이 타임’이라고 말했다.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뒤 ‘지금이 바로 내 시간’이라고 선언하는 세리머니다.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 가드 데미안 릴라드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다. 릴라드는 경기 막판 클러치 슛을 성공시킨 뒤 손목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한다. ‘데임 타임(Dame time)’이라는 고유명사를 얻었다.
로드리게스가 코레아를 향해 세리머니를 한 것은 1차전 코레아의 세리머니에 대한 ‘응답’이다. 로드리게스는 이날 6이닝을 5안타 3실점, 7삼진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로드리게스의 세리머니에는 ‘E 로드 타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스턴은 로드리게스의 호투와 일찌감치 폭발한 타선의 힘으로 12-3 대승을 거뒀다. 보스턴은 2회말 휴스턴 선발 호세 어퀴디의 난조를 틈타 1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적시타와 실책으로 2점을 뽑은 뒤 카일 슈와버의 만루 홈런이 터지면서 초반 승기를 잡았다. 2차전에서도 1회와 2회 각각 만루홈런을 터뜨려 이긴 보스턴은 포스트시즌 최초로 만루홈런 3개를 때린 팀이 됐다.
E 로드 세리머니는 승기가 굳어진 6회 나왔다. 하지만 보스턴 알렉스 코라 감독은 E 로드를 향해 “그런 거 하지마”라고 소리쳤다. 코라 감독은 “우리에게 유일한 동기 부여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이다. 괜히 다른 데서 동기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상대를 자극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상대팀 휴스턴의 행동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선수와 함께 들뜨지 않는 냉정한 감독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E 로드 역시 코라 감독과 대화 뒤 자신의 세리머니에 대해 후회한다며 “코레아를 따로 만난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스턴은 2승1패로 앞서 나갔고, 팀 분위기도 다시 냉정하게 만들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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