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원룸?.. 1인가구 설계의 파격, '맹그로브 숭인'에 가보니 [현장에서]
[경향신문]
“아파트같은 한국의 주거 형태는 대부분 다가구에 맞춰 있어요. 1인가구가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여건에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죠.”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공유주택 ‘맹그로브 숭인’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맹그로브 숭인을 설계한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TRU 건축사 사무소 대표)는 19일 “이런 형태의 주거 공간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맹그로브 숭인은 개인 공간과 편의시설을 갖춘 코리빙(Co-living, 공유주택)이다. 한 집을 여럿이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와 달리 코리빙은 개인 공간을 철저히 보장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스타트업 기업인 엠지알브이와 TRU 건축사 사무소가 협업해 만든 맹그로브 숭인은 1인가구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이 담겼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최근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일반 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맹그로브 숭인에는 현재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총 24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 모두 1인 가구다. 거주자들은 개인방에서 생활하며 주방과 식당, 세탁실 등의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다만 여느 셰어하우스처럼 거주자들에게 각종 커뮤니티 활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맹그로브 숭인 내에서 교류는 ‘짧고 잦은 스침’을 기반으로 한다. 인위적인 계기를 만들기보다 일상 시설들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
지난 18일 기자가 직접 찾아가보니, 이런 특징은 건물 설계 전반에 반영돼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주방과 공용거실로 연결됐다. 수납장과 음식물 보관함 등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복도와 공유주방에 배치돼 있었다. 거주자가 집에 돌아왔을 때나 생활할 때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 곳에 사는 김채은씨(21)는 “혼자 산다는 외로움도 싫지만, 단체생활은 부담스러웠다”면서 “(1인가구의) 이중적인 심리를 잘 파악한 게 맹그로브 숭인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득이나 취향, 생활양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 구성도 눈에 띈다. 개인 방은 세 가지 유형이다. 방에 샤워실과 화장실을 갖춘 스튜디오룸, 방 두개를 연결해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유하는 더블 스튜디오룸, 침대와 수납장만 있고 나머지 화장실과 샤워실 등을 공유하는 컴팩트룸이다. 비용은 스튜디오룸에서 컴팩트룸으로 갈수록 저렴해진다.
엠지알브이 관계자는 “한달에 한번 하우스투어(집구경)을 진행하는데,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00여명이 신청했다”며 “개인공간과 공유공간이 적절히 구성돼 있고 생활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1인가구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익 교수는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코리빙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라며 “이제 한국에도 아파트와 원룸처럼 정형화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개별 가구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이 탄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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