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년제 월드컵 도입, 선수들은 "우리는 이미 많은 경기를 뛰고 있는데"

이정호 기자 2021. 10. 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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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게티이미지코리아


국제축구연맹(FIFA)은 4년마다 열려온 월드컵을 2년으로 단축해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팬들이 축구를 즐길 기회가 늘리겠다는게 표면적 이유지만, FIFA의 적극적인 자세에는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하기 어렵다. 포브스는 “FIFA는 2018년 월드컵을 통해 벌어들인 46억달러 매출로 이전 3년간의 손실을 만회했다. FIFA가 이 아이디어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했다. FIFA는 월드컵 격년제 개최와 관련해 타당성 조사에 돌입했다.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를 중심으로 166개 각국 축구협회가 찬성했다. 반대로 축구 경쟁력이 잘 갖춰진 유럽축구연맹(UEFA)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를 비롯한 22개 협회는 반대 뜻을 밝혔다.

현장에서도 환영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국 크로아티아를 결승으로 이끈 베테랑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는 “월드컵은 4년 마다 열리기 때문에 특별하고 모두가 기대한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선수들은 특히 월드컵의 격년제 개최가 점차 확대되는 클럽대항전 규모, 여기에 유럽챔피언십과 네이션스리그 등 국가대항전 일정과 맞물릴 경우, 결국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벨기에 대표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레알 마드리드)도 최근 UEFA 네이션스리그를 3위로 끝낸 직후 대표팀 내 부상 선수가 많다는 점을 짚으면서 “우리는 UEFA의 추가 수입을 위해 경기를 뛴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경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격년제 월드컵 도입에 실제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도 불만이 크다. 잉글랜드의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첼시)는 “매년 큰 대회에 나가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그게 정말 가능한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프랑스 레전드 티에리 앙리는 휴가시즌인 매년 여름 대표팀 일정으로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선수들은 이 아이디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팀 경기는 단순히 1경기가 아니다. 2년 마다 월드컵을 치르는 것은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FIFA 글로벌축구발전팀 책임자인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은 월드컵 이후 25일 휴식 보장 등 대대적인 일정 개편을 통한 선수 보호에 신경쓰겠다는 입장이다. FIFA는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오는 19·21일(현지시간)에 열리는 화상회의에 전 세계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 FIFA는 “선수들의 건강, A매치, 월드컵 개최 빈도 및 기타 중요한 이슈들을 다룬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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