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동부버스차고지, 친환경 에너지 클러스터로 재탄생
[경향신문]
버스는 시민에게 필수적인 교통 수단이지만 밤이 되어 버스가 모여드는 버스차고지는 ‘님비’ 시설이다. 소음과 매연, 교통 유발 등의 다양한 문제로 ‘내집앞에는 안되는’ 기피 대상이었다. 경기 수원시에는 이런 인식을 한번에 바꾸는 차고지가 있다. 친환경 충전시설을 한데 모으고,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 거점시설로 만든 곳이다.
19일 수원시 영통구 하동에 있는 동부버스 공영차고지는 도심 공간에서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설이다. 전체 부지 1만3000㎡중 발전 및 충전기 사용 면적은 3798㎡다. 3개로 구획된 버스 주차 공간과 사무동·정비동 건물 상부에 태양광 패널 1804장이 올려졌다. 패널 한장당 시간당 455W의 발전 용량으로, 총 820㎾의 전기를 만들어낸다. 일조량 등 지역 여건에 따라 일평균 3.55시간 동안 발전하면 연간 1073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3인 가구의 월평균 사용량인 300㎾를 기준으로 매월 3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태양광 발전소 운영은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이 맡는다. 수원시민들이 조합원으로 참가해 에너지 효율화와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비영리 협동조합이다. 이번 발전소 설치를 위해 올해 2차례에 걸쳐 수원햇빛펀드를 모집했고, 약 350명의 조합원이 14억여 원의 건립기금을 출자했다.
향후 태양광 발전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수원시민에게 환원된다.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협동조합이어서 수익금을 조합원 배당 대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사업과 교육 등 에너지복지 사업에 활용하는 구조로 운영하게 된다.
동부버스공영차고지는 자연 친화적이다. 차고지를 이용하는 시내버스중 48대가 전기버스로 교체했다. 이에 맞춰 전기버스 충전기 24대가 설치됐다. 수원시와 민간 버스업체들은 앞으로 전기버스 확충 계획에 맞춰 총 240대의 전기버스를 도입하는 한편 전기충전기도 순차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곳에는 지난 3월30일 준공한 ‘수소충전소’도 있다. 하루 충전용량이 250㎏ 규모다. 10시간 운영 기준으로 약 50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수원지역 유일한 수소 충전시설이다. 바로 옆에는 천연가스 버스를 충전하는 CNG 충전소가 있다. 경유를 사용하던 버스에 비해 매연이나 미세먼지가 없고 소음도 적은 버스들이 CNG 버스가 이용하는 충전소다.
기피 시설로 여겨지던 버스공영차고지에 CNG충전소와 수소충전소, 전기버스 충전소와 태양광발전소가 집적화된 친환경 에너지 클러스터로 재탄생한 셈이다.
동부버스공영차고지에 다양한 친환경 설비와 태양광발전소 등 친환경 복합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불합리한 규제를 타파하는 민·관 거버넌스가 필요했다.
앞서 수원시는 지난해 4월 공영버스차고지에 친환경 복합에너지 시설을 구축할 계획을 수립했다. 전기버스 충전기 설치와 함께 비바람으로부터 전기충전기와 버스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캐노피가 필수적인 만큼 이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공영차고지는 도시계획시설로, 정해진 목적 외의 시설을 설치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구조물로 설치할 경우 건축법상 건폐율을 적용받는 문제도 걸림돌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원시 관련 부서들은 서로 머리를 맞댔고,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특히 지난해 9월 민간기업과의 다자간 업무협약을 이끌어 태양광발전소 구축 사업을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 협약에는 수원시를 비롯해 동부공영차고지를 이용하는 수원여객운수㈜, 용남고속㈜, 남양여객자동차㈜와 전기충전설비 운영을 담당하는 ㈜에스이모빌리티, 태양광발전시설을 운영할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등 6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전기버스 확대와 함께 차고지에 전기충전기를 설치하고 상부 공간에 입체적인 부대시설을 설치해 태양광 발전을 할 있는데 힘을 모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동부버스공영차고지 친환경 에너지 복합시설 구축은 민·관 협력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추진 과정의 문제도 원활하게 해소해 나간 의미가 크다”며 “수원시민들이 에너지 전환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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