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임채빈, 또다시 정종진 꺾고 '新 경륜황제'로 등극

임채빈이 경륜개장 27주년 기념 대상경륜 특선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제공 |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서울 | 박현진기자] ‘괴물’ 임채빈(30세, 25기, 수성)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 17일 열린 경륜개장 27주년 기념 특별경륜은 새로운 ‘경륜황제’의 등극을 알리는 대관식이었다. 임채빈은 경륜계 역대급 빅매치로 꼽히는 정종진(34세, 20기, 김포)과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또다시 임채빈이 승리하면서 자타공인 경륜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랑프리 4연패를 비롯해 50연승 등 전무했던 기록을 달성하며 경륜계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통하는 정종진과 아마추어 무대에 이어 내로라는 프로 선수들을 차례로 꺾으며 경륜계 평정에 나선 ‘괴물 신인’ 임채빈의 맞대결은 이미 온라인 발매기념 대상경주로 치러진 지난 첫 맞대결 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1차전에서는 임채빈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둘의 스타일 자체가 크게 달라 두 번째 맞대결을 앞두고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주 당일 인기는(배당) 오히려 정종진이 임채빈 보다 앞섰다.

◇ 끝내 나오지 않은 정종진의 한방
그러나 임채빈은 올 시즌 두 번째 대상경륜으로 치러진 이날 광명 특선 결승(6경주)에서 전매특허인 한 바퀴 선행승부로 버티기에 성공하며 뒤따르던 라이벌 정종진의 반격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정종진의 한 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임채빈이 데뷔 후 단 한 번도 뒤따라오는 선수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던 대표적 자력 승부형이라면 정종진은 폭발적인 순발력과 마무리 능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단 한 번도 못 잡아낸 앞 선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지만 지난 1차전에선 아쉽게도 초반 임채빈을 따라붙던 정종진이 도전자인 신은섭에게 마크를 빼앗기면서 모두가 보고 싶던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임채빈이 경륜개장 27주년 기념 대상경륜 특선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제공 | 국민체육진흥공단

그런데 이날은 달았다. 임채빈은 1차전 이상의 거리로 앞서나가며 한바퀴 선행을 시도했고 정종진은 반대로 1차전과 달리 흔들림 없는 완벽한 마크로 임채빈을 따라붙었다. 1차전보다 더 좋은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종진은 결승선을 앞두고 끝내 거리차를 좁히지 못했다. 힘 못지않게 전술의 비중이 큰 경륜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상으로 볼 때 임채빈의 완승이었다. 단순히 1승, 2승이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내용 자체가 파격적이었고 부인하기 어려운 임채빈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임채빈의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그 파장 역시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륜개장 27주년 기념 대상경륜에서 우승한 임채빈이 트로피를 받고 활짝 웃고 있다.  제공 | 국민체육진흥공단

◇ 정공법으론 못 이긴다
현존 최고의 순발력형인 정종진이 무참하게 당했다. ‘힘 대 힘’으로 임채빈을 이겨낸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천하의 임채빈도 이미 2패를 기록했고 그 두 경기에선 공통점이 있다. 임채빈이 순간 스퍼트 타이밍을 놓치면서 외선 병주가 길어지는 상황이거나 내선의 심한 견제를 받는 경우로 의도치 않았던 이변 상황이다. 제아무리 다수가 협공을 시도한다 해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가 어려운 형태다.

◇ 1인 독주시대, SS반 위상 흔들
정종진은 그랑프리 4연패를 달성한 절대강자였지만 그래도 황인혁, 성낙송, 정하늘 등 라이벌들이 나름대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정종진이 힘으로 상대를 압도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임채빈은 다르다. ‘칠테면 쳐봐라’란 식으로 던지지만 상대는 직구인줄 알면서도 때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임채빈의 위상은 나머지 SS급 4명을 마크맨으로 전락시킬 만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완벽한 1인 독주 시대를 의미한다. SS급의 존재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확대될 수 있다.

임채빈이 경륜개장 27주년 기념 대상경륜 특선결승에서 선두로 경주를 이끌고 있다.  제공 | 국민체육진흥공단

◇ 지역구도 재편
그동안 정종진의 김포팀은 옆으로 동서울, 아래로 세종을 아우르며 막강한 세력을 형성했다. 그러나 임채빈의 등장과 함께 변방인 수성팀이 단박에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다. 근거리에 있는 경상권에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고 세력은 점점 더 북상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자명한 상황이다.

임채빈의 우승을 점친 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당장 정종진의 뾰족한 수가 단순히 마크 추입 밖에 논할 수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임채빈의 우위를 증명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결과를 토대로 임채빈의 위치가 더욱 견고해졌고 또 냉정해 보이지만 현 멤버나 향후 2~3년 후 투입될 신인들에게서 조차 대항마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젠 누가 최고냐를 떠나 지역 또는 연대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될지에 오히려 더 관심이 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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