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SK지오센트릭, 폐플라스틱서 '도시 유전' 캔다.."중국 진출도"

경계영 2021. 10. 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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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분해 기술 협력사 에코크레이션 공개
14시간 후 폐비닐서 열분해유로 탈바꿈
열분해유, 실제 석유화학 공정 시험 투입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서 앞서가도록 노력"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라면 봉지, 과자 봉지 등 폐비닐이 열분해 과정을 거쳐 지금 이렇게 기름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인천 서구에 있는 에코크레이션 자회사인 뉴에코원의 열분해 공장. 설비에서 나오는 파이프 뒤에 빛을 대보니 기름이 흘러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같은날 오전 8시께 반응로에 투입된 폐비닐을 열로 분해한 열분해유였다. 폐비닐 10t을 넣으면 열분해유 6t 정도가 나온다.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폐비닐을 투입한 지 너덧 시간 후면 열분해유가 나오기 시작하고 독성 제거, 식히는 과정까지 12~14시간 걸린다”며 “이곳에서 만든 열분해유는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서구 뉴에코원 공장에서 한 엔지니어가 시험 가동되는 열분해유 생산 설비에서 열분해유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도시 유전’ 박차…에코크레이션 등 中企와 협력

SK지오센트릭이 세계 최대 ‘도시 유전’ 기업으로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고자 속도를 낸다. 도시 유전은 원유를 뽑는 유전에 빗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SK지오센트릭은 우선 열분해유를 플라스틱 원료로 투입해 플라스틱을 생산할 계획이다. 열분해유는 공장 건설로 자체 조달하는 물량 외에도 국내 열분해 업체와 협력해 공급받을 방침이다. 에코크레이션도 그 업체 가운데 하나로 지난 3월 업무협약(MOU) 체결에 이어 SK지오센트릭이 에코크레이션 지분 25%를 확보했다.

열분해는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원료를 추출한 후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Naphtha·납사)를 뽑아내는 기술로 화학 반응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 가운데 하나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달 말부터 국내 최초로 정유·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열분해유 일부 투입을 개시했으며 에코크레이션이 생산하는 열분해유도 시험 가동을 마치고 공정에 투입할 예정이다. 에코크레이션 열분해유는 SK지오센트릭과 함께 촉매 기술을 활용해 질소, 염소 등 불순물 비중을 대폭 낮췄다는 특징이 있다.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도 했다.

전 대표는 “100%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겠다는 SK지오센트릭의 목표에 맞춰 열분해유에서의 납사 추출률이 통상 10~12% 정도지만 50%까지 높이려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서구 뉴에코원 공장에서 한 엔지니어가 열분해유 생산 설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후처리 자체 공정으로…해중합 등 다른 재활용도 연구개발

SK지오센트릭은 자체적으로도 열분해 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열분해유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자체적으로 열분해유 내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공정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함형택 SK지오센트릭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부사장)은 “열분해유 제조 자체는 세계 선두 업체인 브라이트마크 기술을 도입했지만 실제 제품화할 수 있도록 하는 후처리 기술은 자체 개발했다”며 “열분해유를 상업 생산하는 공정에 적용한 사례를 아직 없을 정도로 SK지오센트릭이 세계적으로도 앞서 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지난달 말부터 SK지오센트릭은 공정에 열분해유를 최초 투입했으며 추후 연간 200t 이상 투입할 예정이다.

폐비닐은 열분해와 후처리 공정을 거쳐 정제 열분해유로 만들어진다. (사진=경계영 기자)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 상업 생산을 위해 연속식 열분해 플랜트를 2024년 상반기 10만t 규모로 준공하고 후처리 시설 역시 비슷한 시기에 15만t 규모로 완공할 계획이다. 이들 시설엔 각 1500억원씩 투자된다. 아직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서의 실적은 미미하지만 공장 준공께부터 본격 성장할 전망이다.

함 부사장은 “국내에서 우선 열분해유 공정을 진행한 후 확인된 것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으로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며 “친환경 패키징을 국내 업체와 솔루션을 개발한 후 중국 연구개발센터에 공유해 중국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K지오센트릭은 또 다른 화학적 재활용 방식인 해중합 기술 도입·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해중합은 색이 있는 페트병이나 폴리에스테르 원단 등 플라스틱을 이루는 분자 덩어리 중합을 해제시켜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함 부사장은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국내 최초·최대 사업자로 다양한 연구개발을 시행했고, 플랫폼 기술도 보유했다”며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기업과 협업하면서 재활용 분야에서 선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형택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이 친환경 단일 재질 플라스틱 용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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