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K의 친환경 기술 집합소 가보니.. "폐프라스틱이 이렇게 변한다고?"

박민규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플라스틱 케미칼 리사이클 PL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단계별 유분 성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지난 18일 방문한 대전 환경과학기술원. 이곳은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해 SK에너지·SK루브리컨츠·SK인천석유화학·SKIET 등 SK 계열사들의 친환경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연구동에서는 SK지오센트릭의 친환경 사업 핵심 축인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수소를 주입하고 열분해유를 빼내는 파이프라인이 거미줄처럼 엉켜있었다. 

━

플라스틱 순환경제 전초기지로 대전환

━

열분해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고품질의 열분해유를 추출하고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SK지오센트릭이 개발에 나선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의 핵심은 불순물 제거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폐플라스틱을 400도 이상의 고온에 녹이면 황, 질소, 염소 등 불순물이 발생한다. 불순물이 가득한 열분해유를 원료로 쓰면 설비가 부식되거나 폭발할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은 불순물을 중화하는 촉매와 수소를 넣는다. 수소를 주입할 경우 염소는 염화수소, 황은 황화수소로 변한다. 불순물이 기체로 전환되면 열분해유만 쉽게 빼낼 수 있다.  

박민규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플라스틱 케미칼 리사이클 PL은 "폐플라스틱을 고온에 녹이면 질소 1000ppm, 염소 500ppm, 황 80ppm이 발생하는데 이를 1ppm 아래로 낮추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열분해유의 경질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처리 공정은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SK지오센트릭은 1년 연구 끝에 후처리 공정까지 적용된 열분해유를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 소량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SK지오센트릭은 자사의 후처리 기술과 미국 브라이트마크의 열분해 기술을 더해 2024년 대규모 열분해유 공장을 세운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대용량으로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것은 높은 기술적 제약, 경제성 문제 등으로 상용화가 어렵다. 이 때문에 SK지오센트릭은 대용량 연속식 열분해 설비 기술을 보유한 브라이트마크와 손을 잡았다. SK지오센트릭이 2024년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골칫거리 폐플라스틱을 연간 20만톤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108만배럴의 열분해유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

'샴푸통·포장지' 반복 재활용 시대 연다

━

함형택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이 자동차 경량화 플라스틱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환경과학기술원 1층에는 열분해유 제조기술로 생산한 시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샴푸통부터 냉동식품·세재 포장지, 캠핑박스 등까지 다양했다. 그동안 이 제품들은 PE, 페트(PET) 등 혼합물질로 만들어져 재활용 시 물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 PE 단일제품으로 만들어 재활용이 용이하게 했다. 바깥 부분은 내열성이 높은 PE로, 안쪽은 잘 녹는 PE로 제조됐다. 

혼합물질로 만들어진 제품을 만져보니 빳빳한 느낌이 들었다. 반면 PE 단일소재 제품은 흐물거리는 느낌이 강했다. 폐기물을 녹이면 검정색 플라스틱이 많이 나온다. 이 때문에 SK지오센트릭은 아예 검정색으로 제품을 통일해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금속·플라스틱 복합소재를 개발해 자동차 경량화 부품 시장도 노리고 있다. 철 1톤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는 1.8톤 발생한다. 플라스틱은 1톤 생산 시 1.3톤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차량 중량이 10% 줄면 배기가스는 2.5~8.8% 감소한다.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경량화 복합재료가 주목받는 이유다. 

SK지오센트릭은 연속섬유(UD)와 열가소성 장섬유 강화 복합소재(LFT)를 혼합해 철을 대체할 소재를 만들었다. 강도는 철과 같다. 실제 금속·플라스틱 복합소재가 적용된 프론트 엔드 모듈(FEM) 캐리어를 들어보니 철이 적용된 제품보다 무게가 2kg정도 적게 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SK지오센트릭은 차 부품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자동차업계, 폐차업계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함형택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친환경제품솔루션센터장은 "열분해유 후처리 공정 기술은 다른 국내업체보다 선두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해외 업체도 우리와 비슷한 속도로 개발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1960년대 출발해 정유·석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케미칼 리사이클 사업 매출은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향후 중국시장 등으로 확장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독성 강한 염화 수소 100ppm 아래로 '뚝'

━

뉴에코원 창고에 경기·인천에서 걷어온 폐기물이 쌓여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환경과학기술원에서 버스로 2시간30분 이동해 도착한 인천 뉴에코원. 경기·인천에서 걷어온 폐기물 25톤이 창고에 가득 쌓여있었다. 폐기물들은 1.3톤씩 끈으로 묶여 나뉘어져 공정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뉴에코원은 에코크리에이션의 열분해 기술을 적용한 열분해유 생산 공장이다. SK지오센트릭은 에코크레이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뉴에코원에서 열분해유 생산 과정 중 발생한 나프타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 기술이 적용된 뉴에코원 공장 엔지니어가 열분해유 생산 설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열분해유 생산 공장에 들어서니 얼굴에서 '훅~'하고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에 잠시 숨이 막혔다. 반응로 온도는 460도. 이날 오전 8시 투입된 폐기물에 열을 가해 수분을 빼고 있었다.

 

폐기물은 뉴에코원의 핵심 설비인 촉매탑으로 이동했다. 이 공정에서는 염화 수소(HCL)를 낮추는 촉매가 투입된다. 10톤의 폐기물이 투입되면 6만리터의 열분해유가 나온다. 이 열분해유에는 2000~3000ppm의 HCL이 포함돼 있다. HCL의 배출허용기준인 300ppm을 크게 넘는 셈이다. 

SK지오센트릭과 뉴에코원은 HCL을 100ppm 아래로 낮추는 촉매를 개발했다. 불순물 개질 촉매를 통해 설비 폭발 위험을 낮추고 고순도의 나프타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후 폐기물은 유수분리탱크와 열교환기 등을 거쳐 기름으로 재탄생한다. 

6만리터의 열분해유에는 약 10~12%의 나프타가 들어있다. 뉴에코원은 한달 전 나프타를 25%까지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뉴에코원은 내년 여름까지 이를 45%로 확대할 목표다. 나프타 전량은 SK지오센트릭이 가져가 원료로 사용한다.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 기술이 적용된 뉴에코원 공장 엔지니어가 열분해유 생산 설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생산 과정도 친환경적이다. 뉴에코원은 반응로 첫 가동 시 LPG(액화석유가스)를 투입한다. 이후에는 공정 과정 중 기름으로 응축되지 않은 가스를 모아 원료로 재사용한다. 탄소저감은 물론 원가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열분해유 생산 공정은 하루 한번만 가동된다. 원료 투입부터 열분해유 생산까지 12~14시간 소요된다. 

SK지오센트릭은 향후 뉴에코원에서 생산한 열분해유도 정유∙석유화학 공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나프타가 추출된 열분해유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발전소 연료로 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연간 90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처리 설비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는 SK지오센트릭의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 100%에 해당하는 연간 250만톤을 직·간접적으로 재활용할 목표다. 

[머니S 주요뉴스]
☞ '아찔한 수영복 뒤태"… KIA 치어리더, 힙업 美쳤다
☞ 김선호 사주 보니… "여자가?" 예사롭지 않네
☞ "파격 바디프로필"… 지소연, 허벅지라인 실화?
☞ "작은 얼굴에 풍만한 몸매"… LG 치어리더 '대박'
☞ "다 가려지지 않는 볼륨감"… 클라라, S라인 비결?
☞ "1800만원 암표 등장"… BTS 美 콘서트 실화?
☞ “혼인빙자·낙태요구 후 이별"… 인기배우 A씨 누구?
☞ 김선호 팬덤 "허위사실 유포 법적조치… 참담"
☞ 생일에 다른 여자 초대를?… 홍지윤 전남친 누구?
☞ 손담비, 초록색 추리닝 입고 "오징어 게임은 사랑"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