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3주째 무단협 사태..경영진 임명동의제 사라지나

김영희 2021. 10. 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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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찾은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SBS) 사옥 1층 로비에선 '무단협 13일차'라 써진 모니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형택 언론노조 에스비에스본부장은 "만약 정말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대안을 회사에서 제시해야 하는데 노조 쪽이 제안하라는 식이다. 그래도 무단협은 안된다는 절박감에 사장은 임명동의제에서 제외하되 중간평가를 하고, 보도국장 등에게도 임명동의제를 하자는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회사 쪽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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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임명동의제 시행 두고 노사 갈등
지난 15일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건물 1층 로비에서 노조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찾은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SBS) 사옥 1층 로비에선 ‘무단협 13일차’라 써진 모니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6개월 전 회사 쪽이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함에 따라 에스비에스에는 지난 3일부터 요즘 일반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무단협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질의와 비판이 나오고 각계의 연대성명이 잇따르지만, 3주째가 되도록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쟁점은 2017년 에스비에스 노사 및 대주주 3자가 발표했던 ‘10·13 합의’의 핵심인 사장 등에 대한 구성원 임명동의제다. 당시 윤세영 태영건설 회장이 담당 기자를 불러 4대강 관련 보도에 대해 개입한 사실과 ‘보도지침’ 문서가 뒤늦게 알려졌다.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 끝에 에스비에스는 방송 사유화를 막고 소유-경영 분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방송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인 경영진 임명동의제를 도입했고, 이는 다음 해 단협 조항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회사 쪽은 2019년 노조가 대주주를 배임 혐의 등으로 잇달아 검찰에 고발한 것이 합의 당시 부속조항 위반이라며, 이 합의는 파기됐고 단협에서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사옥 1층 로비에 있는 노조 농성장에 구성원들의 메시지가 붙어있다.

정형택 언론노조 에스비에스본부장은 “만약 정말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대안을 회사에서 제시해야 하는데 노조 쪽이 제안하라는 식이다. 그래도 무단협은 안된다는 절박감에 사장은 임명동의제에서 제외하되 중간평가를 하고, 보도국장 등에게도 임명동의제를 하자는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회사 쪽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쪽은 임명동의제를 뺀 단협을 먼저 체결하고 공정방송 제도 마련을 위한 티에프(TF)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가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 간 시각이 엇갈리지만, 10·13 합의가 에스비에스 3자간 합의인 동시에 ‘사회적 약속’이기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회사 쪽은 방통위에 ‘10·13 합의 부존재 확인서’를 냈지만 지난달 방통위는 에스비에스의 최다액출자자를 새 지주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로 변경 승인하며 “(10·13) 합의서의 취지와 내용의 이행을 노력할 것”이라는 권고사항을 붙였다. 방통위 관계자는 “어느 쪽이 맞는다고 손들 순 없지만, 방통위에 제출한 무게가 있는 만큼 그 취지를 살리라는 의미”라며 “권고사항을 어겼을 경우 어찌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관심은 에스비에스 내부 분위기다. 외부의 연대성명이 잇따르는 가운데 에스비에스 기자협회, 피디협회 등 직능단체도 회사 쪽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보도국의 한 고참 기자는 “임명동의제를 의식해 ‘추진력’이 있되 반대파가 많은 사람보다 무난한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무단협이 지속되면서 기자들을 중심으로 나중에 어떤 보도 개입이 생겨도 막을 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임명동의제가 공정방송의 최선의 방안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에스비에스의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인데, 회사 쪽이 폐지부터 하고 논의해보자고 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10·13 합의는 사회적 약속인 만큼 노사 모두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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